[사설]임창열씨의 道政복귀

  • 입력 1999년 10월 6일 18시 43분


경기은행의 퇴출을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가 81일만에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났다. 임지사는 석방되면서 당당하게 도정(道政)복귀 의사를 밝혔다.

공무원이 금고형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으면 그 자격을 상실한다. 임지사의 경우 비록 1심단계이지만 공소사실이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확정판결 이전에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도지사직의 거취문제도 아직은 그의 자유의사에 속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그의 거취가 꼭 법률 조문만으로 따질 일인가 하는 의문때문이다.

그는 부인과 함께 구속됐을 뿐만 아니라 부부가 받은 돈이 거액이어서 특히 경기도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철저한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임지사를 공천했던 국민회의는 그를 즉각 출당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여론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나 임지사는 끝내 이에 불응하고 옥중결재를 했다.

임지사의 옥중결재로 도정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등 폐해가 드러나자 임시국회는 8월말 옥중결재를 금지하는 법을 마련해 통과시켰다.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임지사의 사퇴불응으로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임지사는 이번에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도정에 복귀했다. 이러한 일련의 모양새를 과연 괜찮다고 해야할지 우리는 의문을 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가 구치소 문을 나서며 보인 모습도 자숙하는 자세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는 “경기도와 국가발전을 위해 신명을 다 바쳐 일하겠다”며 도정복귀 의사부터 밝혔다. 이런 그의 모습이 자연스러울 리 없다. 혐의를 인정하든 안하든 자신으로 인해 경기도민에게 충격과 실망을 안겨준만큼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세를 다시 가다듬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다. 도민과의 사이에 생긴 불신의 골을 앞으로 어떻게 메우며 도지사 직무를 수행해 나갈지 걱정이 앞선다.

임지사의 혐의에 대한 앞으로의 2심,3심 재판이 언제 어떻게 결론날지 알 수 없지만 1심에서는 일단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유죄가 인정된만큼 자진해서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임지사는 자신을 뽑아준 경기도민에게 도덕적 책임을 느껴야 하고 이런 상황에서 과연 도정의 원활한 수행이 가능한지를 냉철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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