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사각형-직선으로 그린 '현대사회 그늘'

  • 입력 1999년 10월 3일 19시 08분


‘네오 지오(Neo Geo·신기하학적 개념주의)’. 뉴욕화단에서 짧지만 강하게 빛났던 흐름.

80년대 초반. 미국 뉴욕의 일부 비상업적 화랑에 색다른 기하학적인 추상화 등을 발표하는 작가들이 나타났다. 그 때는 강렬한 원색을 대비시켜 폭력 죽음 꿈 등에 대한 이미지를 표현했던 ‘뉴 페인팅’이 한창 기세를 올리던 시기.

일부 비상업적 화랑에 나타난 화가들은 ‘뉴 페인팅’의 기세속에서 많은 미술수집가와 비평가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그러나 젊은 미술인들 사이에 이들의 팬이 생겨났다. 84년 이후로 이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잇달아 열렸다.

86년부터는 평론가들이 이들의 경향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네오 지오’라는 명패를 얻었다.

‘네오 지오’는 흔히 제프 쿤스,애슐리 비커튼,마이어 바이스만, 피터 헬리의 작품세계를 일컫는다.

이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모조품’을 만드는 공통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이들 중 피터 헬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갖는다. 10월8일부터 11월5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카이스 갤러리.

피터 헬리는 크고 작은 사각형과 직선을 이용한 기하학적 화면을 보여준다. 미술평론가들은 그의 그림이 컴퓨터 칩 또는 감옥의 쇠창살을 모방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컴퓨터회로처럼 빈틈없이 조직화된 사회체계, 현대 사회의 조직이 개인을 억누르는 상황을 상징한다고 분석한다.

예전의 기하학적 추상화에서 작가들은 정밀한 비례와 균형을 통해 이상적이고 초월적인 우주의 질서를 담으려 했다. 아주 단순한 형태로 사물의 근원을 다루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피터 헬리의 작품은 기하학적 추상화이면서도 사회현실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그 전과는 다르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 전시에서 피터 헬리는 ‘팝 이즘’ 등 특유의 기하학적 추상화를 전시한다.

‘네오 지오’는 90년대 들어 잘 쓰이지 않는 용어가 됐다. ‘네오 지오’ 관련 작가들이 이후 각자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구축해 가며 공통점을 찾기 어려워진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 용어가 별다른 내용도 없이 상업적으로 부풀려져 이용됐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됐던 작가들은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모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02―511―0668.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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