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독일王의 비운-바그너의 선율 품은 古城들

  • 입력 1999년 9월 29일 19시 31분


독일 바이에른 여행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주도 뮌헨과 바이에른 알프스지방의 고도 퓌센. 뮌헨은 독일남부 궁정문화의 중심지로 12세기이후 바이에른을 풍미한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 여러 문화가 꽃처럼 피어났던 도시. 그중에서도 뮌헨의 오페라는 가장 돋보이는 문화유산이다.

그 핵심은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년). 그가 뮌헨에 머물며 ‘로엔그린’ ‘탄호이저’ 등 불후의 명작을 발표한 덕분이다.

바이에른 알프스에 가까운 퓌센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한 로만티슈슈트라세(로만틱가도)가 끝나는 곳. ‘백조의 성’이라 불리는 중세풍의 걸작 건축물 노이슈반슈타인성이 부근에 있다. 이 성은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와 교유하며 뮌헨의 오페라 전통을 세웠던 루드비히2세(1845∼1886년)가 짓고 또 그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곳.

루드비히2세와 바그너, 두 사람과 독일 전설이 얽혀 빚어낸 한 편의 소설같은 이야기를 생각하며 뮌헨과 퓌센, 그리고 근처의 성을 돌아보는 것도 바이에른 여행의 묘미중 하나다.

◇‘탄호이저’ 건축으로 재현

▼호헨슈방가우성▼

퓌센에서 5㎞가량 떨어진 전원지대에 있는 이 성은 루드비히 2세의 아버지인 막시밀리언2세(1848∼64년 재위)가 1832∼3년 개축한 것이다.

루드비히2세는 어린 시절 이 성에서 로엔그린 전설을 그린 벽화를 본 뒤 ‘전설의 벽’속에 일생동안 갇히게 된다. 그리고 이 성에 머물면서 오페라 ‘로엔그린’의 악보를 정리하던 바그너와 바로 이 성에서 1864년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두 사람은 성에서 ‘로엔그린’연주를 감상하며 한밤중 폭죽놀이를 즐기기도 할 만큼 가까워졌다.

1867년은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를 거쳐 루드비히2세로 대물림 해온 ‘건축욕’이 극에 달한 해. 노이슈반슈타인과 린더호프, 두 성의 건축에 착수한 것이다.

린더호프성은 착공후 11년만에 완공됐으나 노이슈반슈타인성은 정신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진단을 받고 왕위를 내준 루드비히2세가 이 성 앞 호수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1886년까지도 완성되지 못했다.

◇인공동굴에 연주장 꾸며

▼린더호프성▼

그라스방이라는 아늑한 계곡안 숲 속에 분수와 계단형 연못, 정원으로 꾸며진 루드비히2세의 여름별장. 궁 뒤편에는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를 재현한 ‘비너스 그로토’(동굴)가 있다. 돌을 쌓아 만든 이 인공동굴 안에는 ‘탄호이저’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재현돼 있다. 동굴무대는 조명을 이용해 악장별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는 이 곳에서 연주를 감상했다고 한다.

◇‘로엔그린’전설도 담아

▼노이슈반슈타인성▼

해발 1008m의 산위에 우뚝 선 이 성은 루드비히2세가 중세 독일기사의 성을 재현하고자 지은 성으로 13세기초기에 유행한 후기 로마네스크양식. 루드비히2세는 백조를 타고 날아 온 전설 속의 기사 로엔그린과 전설 속에 등장하는 서정시인 탄호이저에 대한 동경심을 이 성의 건축을 통해 표출했다.

그는 성 건축 결심을 바그너에게 알리는 편지에서 “이 성은 탄호이저와 로엔그린의 전설을 생각나게 할 겁니다”라고 썼다. 실제로 4층 ‘노래의 방’에서 내려다 본 성 뒷편의 풍경, 성 앞마당에서 교회로 가는 길은 각각 탄호이저와 로엔그린 전설의 한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4층 전체를 베르사이유궁전 내 ‘거울의 방’만큼이나 화려하게 장식한 ‘노래의 방’은 벽을 장식한 그림 모두가 오페라 ‘탄호이저’의 내용을 담고 있다.

〈퓌센〓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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