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닥터]H.O.T신드롬 정신과 분석

  • 입력 1999년 9월 28일 18시 49분


‘H.O.T 신드롬’. 공연 중 멤버가 쓰러지자 200여명의 여학생들이 실신. 여고생이 다음날 투신자살. 문희준이 입원한 병원은 추석 때도 전국에서 온 팬들로 북적였고 부모들은 딸을 찾아 이 병원 이곳저곳을 헤맸다.

그들은 왜 실신한 것일까. 팬들이 ‘오빠’에 목매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의대 류인균교수, 성균관대의대 노경선교수 등 정신과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이들이 스타에 집착하는 까닭을 알아본다.

▼공연때 실신한 이유▼

감정적으로 흥분하면 숨이 평소보다 가빠져 혈액에 산소가 많아지는 ‘과호흡성 알칼리혈증’이 생긴다.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고 이인감(異人感) 비현실감이 느껴지며 팔다리가 저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대뇌 깊숙한 곳에서 의식을 조절하는 뇌간이 일시적 오작동을 일으켜 정신을 잃는 것.

한편 공연때 실신한 이들은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면 ‘꽝’ 소리가 날 정도로 쓰러지면서 심하게 다치지만 그 정도는 아니기 때문. 10대의 ‘잠재의식’은 남이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경쟁적으로 쓰러지게 만든다. “저 애보다 오빠를 더 사랑하는 내가 쓰러지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되지”하면서….

▼남자는 폭력/여자는 실신▼

훌리건(Hooligan)이 축구장 등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은 뇌간은 멀쩡하지만 감정을 주관하는 ‘변연계’가 제기능을 못하기 때문. 과학자들은 “이때문에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여성은 잘 실신하고 남성은 폭력적이 된다”고 설명한다. 또 남성은 자율신경계 중 흥분을 맡는 교감신경계가 발달해 있고 여성은 억제를 담당하는 부교감신경계가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학설도 설득력있다.

▼왜 아직도 병원을 서성일까?▼

10대가 우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부모가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자녀가 다치면 부모가 아픈 것처럼 자신이 동일시하는 스타에게 이상이 생기면 10대의 가슴도 찢어지는 것.

정신과 전문의들은 “어릴적부터 학교나 부모가 ‘세상엔 다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적절히 가르치지 못한 경우 ‘광적 팬’이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또 평소 불안하고 조급하며 감각적 유행을 추구하는 아이들(Sensation Seeker)이 과호흡증후군에 잘 빠지고 이상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