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韓英 수학교육 연구 옥스퍼드대 정미령박사

  • 입력 1999년 9월 22일 17시 43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열린 교육’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원칙하게 외국의 교육제도를 도입해 실험하기보다 우리 교육의 장점을 살려 한국 실정에 맞는 교육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달초 한국과 영국의 수학교육 비교연구를 위해 입국한 영국 옥스퍼드대 정미령(鄭美玲·55)박사는 영국 등 선진국에서 많은 문제가 지적된 교육제도가 자칫 과대 포장돼 한국에 도입될 것을 우려했다.

85년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옥스퍼드대에서 교육학 연구교수직(펠로)을 맡고 있는 정박사는 이 대학 최초의 한국인 여교수.

그는 영국 교육이 당면한 문제의 예를 수학 교육의 실패에서 들었다. 지난 수십년간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가 초등학생 수학과목에서 암기식 교육을 소홀히 한 결과 초등학생의 절반 정도가 졸업 때까지 구구단을 못 외울 정도로 수학 실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

정박사는 한국과 영국 학생들의 수학 실력 차이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영국정부에 수학 교육의 문제점을 건의했고 97년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내각이 들어선 뒤 교육당국도 이를 인정, 초등학생에게 구구단을 다시 외울 것을 권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도 충분한 준비없이 실시되는 교육정책은 실패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서는 일류대학 진학만이 학교 교육의 최대 목표가 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런 점에서 개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전문인을 키워내는 영국의 교육은 배울 점이 많습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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