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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7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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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프린스턴대의 생물학 교수 조 치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지능이 높은 생쥐들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기억에 간여하는 뇌세포 수용체를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함으로써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
▼유전자조작 뇌기능 향상▼
생쥐와 원숭이, 그리고 어쩌면 인간의 뇌는 원래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두 개의 사건을 연결시켜 기억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뇌세포 수용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면서 효율성이 감소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엔 박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뇌세포가 젊었을 때의 수용체 구성요소들을 더 많이 복제하도록 했다.
유전자가 조작된 생쥐들은 설치류의 지능을 시험하는 6개의 기본 테스트에서 정상적인 생쥐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각각 뇌의 다른 부분을 사용하게 돼 있는 이 6개의 테스트에서 모두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으므로 치엔 박사는 기억의 기본 메커니즘을 향상시킴으로써 생쥐의 학습능력과 전체적인 지능도 향상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치엔 박사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생쥐에게 사용한 것과 같은 방법이 훨씬 더 복잡한 구조를 지닌 인간의 뇌에서도 같은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인간의 기억력이 인공적으로 향상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람에 같은효과 미지수▼
스토크 연구소의 신경생물학자인 찰스 스티븐스 박사는 나이가 들어서도 젊었을 때와 똑같은 속도로 학습이 계속된다면 뇌의 기억 저장고가 너무 빨리 흘러 넘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가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설사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에 뇌의 기억 저장고가 한계에 도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억이 늘어나면 원하는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기억 저장고를 탐색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위험이 있더라도 기억 수용체의 기능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의 지능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은 저항하기 어려운 유혹임에는 틀림없다. 생명윤리학자들은 뇌와 관련된 질병으로 인해 기억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나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감퇴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면 기억력을 인공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의 개발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치엔 박사가 이번 실험에서 조작 대상으로 삼은 신경 세포체계를 겨냥한 약이 개발되어 손쉽게 기억력을 향상할 수 있게 된다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선 약값이 너무 비싼 경우, 사회적 불평등이 악화될 수 있다. 그리고 부모들이 자식에게 이런 약을 남용할 가능성도 크다. 조지타운대의 케네디 윤리연구소 르로이 월터스 소장은 “부모들이 자식의 지능 향상 경쟁을 벌여서 새로운 형태의 아동학대로 발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회정잭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동물 高높은지능도 문제▼
한편, 인간에 앞서 지능향상 실험의 대상이 될 동물들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실험을 통해 지능이 향상된 침팬지는 동물이 의식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언어 능력을 갖춘 뇌가 있어야만 의식이 생기는지에 대한 과학자들의 오랜 질문에 답을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 또 너무 똑똑해진 나머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헤이스링즈 센터의 생명윤리학자인 빅토리아 샤프 박사는 “만약 인간보다 더 똑똑한 침팬지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그 침팬지를 기꺼이 인간 사회에 받아들이기보다는 노예화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라면서 “인간은 인간이 아닌 생물에게 도덕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review/090599sci―go―review.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