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生 해법' 재검토해야

  • 입력 1999년 9월 1일 18시 40분


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정부는 대한생명을 국영보험사로 전환시킬 것인지, 계약이전방식으로 퇴출시킬 것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모든 금융기관 노사(勞使)에 대해 자구노력과 경영목표에 관한 약속을 확실히 받아내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하는 정부측의 사후책임 범위도 미리 밝혀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대한생명에 대한 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주식소각명령 등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합당하다. 정부는 경제구조조정 과정에서 적지 않게 보여온 과잉개입과 자의적 법제도 적용에 대해 깊이 자성하고 시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금융감독위원회는 부분패소로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금융구조조정에 혼선을 낳은 데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관료적 경직성과 시장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온 금감위 및 금융감독원을 보다 유연하고 전문성 높은 조직으로 보강하기 위한 인적 물갈이도 요망된다.

하지만 최순영(崔淳永)회장이 대한생명의 경영정상화를 독자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최회장은 불과 300억원의 자본금으로 이 회사를 소유경영하면서 무모한 투자로 계약자들이 맡긴 돈 가운데 2조7000억원이나 날린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 책임론을 떠나서도 현상태에서 회사를 정상화시킬 능력과 수단이 최회장측에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 법정공방 등으로 대한생명 처리방안이 표류해 시간을 끌면 끌수면 부실과 계약자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방침대로 2조원의 공적자금을 넣어 국영보험사로 전환시킨다 해서 경영이 저절로 정상화되고 국민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수익구조의 역마진현상까지 확산되는 생보사 경영환경에서 관선 경영자와 종업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철저히 제거할 장치가 없는 한 부실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인력구조 인건비수준 및 점포망 등을 획기적으로 수술하지 않는 한 공적자금을 추가로 넣어야 하는 상황까지 예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자금 투입의 전제조건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정부가 이에 대해 책임질 자신도 용의도 없다면 차라리 계약을 우량생보사에 이전하고 대한생명을 퇴출시키는 것이 국민부담을 한번으로 끝내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 고용승계문제 때문에 계약이전방식을 꺼린다면 현재의 인력을 유지하면서 국영보험사로 경영을 정상화시킬 비책이 있다는 얘기인가. 정부는 지난해 4개 보험사 퇴출과정에서 실무관계자들의 무지 때문에 인수회사들에 특혜를 준 잘못이 문제될까봐 겁내는 모양인데 책임질 것은 지고 대한생명 문제는 이 문제대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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