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코미디언 곽규석씨…원맨쇼 개척자

  • 입력 1999년 9월 1일 18시 40분


지난달 31일 미국에서 타계한 코미디언 곽규석(郭圭錫)씨는 한국 원맨쇼와 성대묘사의 개척자였으며 전문 MC의 새장을 연 인물이다.

1928년 경기 안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공군 군예대 출신으로 TV코미디언으로, 동양TV ‘쇼쇼쇼’의 명 MC로 70년대 방송계를 풍미했으며 ‘한국의 채플린’으로 불리기도 했다.

‘쇼쇼쇼’의 오프닝 코멘트였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후라이보이 곽규석입니다”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후라이(Fly)보이’는 나는 소년이라는 뜻도 있지만 당시 ‘거짓말치다’의 속어인 ‘후라이까다’에서 따온 말로 ‘솔직해지자’는 뜻으로 그가 사용했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한다.

외국노래 ‘오 대니보이’를 번안해 취입할 정도로 목소리가 좋았던 그는 원맨쇼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주말프로인 ‘쇼쇼쇼’를 64년 12월부터 500회 넘도록 진행할 정도로 전문 MC로서 엔터테이너적인 재능을 보였다. CBS 라디오 ‘후라이보이 아워’와 ‘다이얼 Y를 돌려라’도 인기프로였다.

‘막동이’ 구봉서와 콤비로 출연한 TV마임극인 ‘피아노 연탄’ 코너는 국내 코미디의 새 장을 연 고전으로 꼽힌다. 영화 ‘오부자’에서도 그는 코미디배우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인과 함께 라면CF를 통해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구봉서씨는 곽씨의 별세 소식에 “좋은 벗이자 재능이 많은 친구였는데 안타깝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쇼쇼쇼’ 연출자였던 이남기(李南基) SBS 보도본부장은 “고인은 슬랩스틱 코미디 일변도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창시해 개그맨의 원조가 됐으며 순발력과 지적 이미지를 갖춘 명사회자로서 TV 버라이어티쇼의 효시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고인은 70년대 초반 사업에 실패한 뒤 마음 고생을 하다 80년대초 미국으로 이민가 84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 뒤 줄곧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아왔으며 올해 봄 목회 활동을 위해 내한하기도 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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