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8월 26일 19시 5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청문회 주요 증인으로 나온 ‘세여인’이 똑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증언을 하면서도 하나같이 ‘하나님’ ‘성경’ ‘신앙생활’ 등을 들먹이면서 결백을 호소했다.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는 23일 몇차례나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한다. 하나님은 알고 계실 것이다”면서 자신이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에게 옷값대납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20년 넘게 선교사업을 해왔다는 이형자씨는 25일 ‘하늘에 대고, 땅에 대고 맹세하지 말란 말이 있다’는 성경구절을 인용, 배씨를 은근히 겨냥했다. 그러면서 “나는 평생 주님만을 위해 살아왔다. 배씨의 옷값대납 요구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도 “배씨에게 수사기밀을 사전에 누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고 당당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문제는 ‘독실한 신자’로 자처하면서 “성경에 손을 얹고”를 되뇌었던 이들 중 적어도 한명은 거짓을 말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
결국 거짓말을 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어려운 입장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신문한 국회의원들과 TV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은 물론 그가 믿는 ‘하나님’에게까지 위증(僞證)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공종식(정치부)ko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