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클린턴 「스캔들 중압감」서 벗어나나?

  • 입력 1999년 8월 24일 18시 19분


1년전 찌는 듯이 더운 여름날, 클린턴 대통령은 휴가지의 한 교회에서 말을 더듬거리며 자신을 용서해달라는 연설을 했다.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적절하지 못한 관계를 가진 것을 시인한 이 연설 후 그는 감히 아내의 곁에 가까이 가지 못했고 좋아하는 골프도 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르윈스키를 백악관에서 떼어놓기 위해 그녀에게 뉴욕에 일자리를 마련해주자고 제한했던 클린턴의 친한 친구 버논 조던도 숨을 죽인 채 꼼짝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마사스 비녀드에 온 클린턴 대통령과 힐러리 여사는 옛날의 쾌활한 모습을 되찾은 듯 하다.

특히 힐러리는 남편에게 배신당한 아내의 모습에서 이제는 남편에게 배신당했지만 나름대로 계획을 갖고 있는 아내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녀는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며 그녀의 옆에는 벌을 받고 얌전해져서 그녀를 후원해주는 남편이 있다.

지난해 여름 클린턴은 여성들의 혐오와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올 여름 그는 아내의 너그러운 품속으로 돌아와 공적인 자리에서 아내에 대해 열심히 칭찬을 늘어놓을 정도로 마음의 평안을 되찾았다. 지난주 낸터킷에서 처음으로 열린 두 사람 공동의 자금 모금 파티에서 클린턴은 힐러리의 상원출마에 대한 지지를 목청껏 높였으며 힐러리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다.

클린턴은 1971년 예일대 법대에서 힐러리를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두 사람이 차마 서로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눈길만 주고받고 있다가 힐러리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자기는 2,3주 동안 그녀의 주위를 맴돌기만 했는데 어느 날 그녀가 다가와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고 그의 이름을 물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가 매력적이고 왠지 거역할 수 없는 여자처럼 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뒤따라갔다. 그리고 이래봤자 골치 아픈 일이 생길 뿐인 것이 아닌가 걱정했었다”고 말했다.

나중에 그는 기자들에게 그 때 자기가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한 것은, 바로 그 직전에 여자친구와 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힐러리)와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데 자신은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처음 힐러리가 상원에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 그녀가 자기 곁에 있어주기를 바랐기 때문에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그녀는 공직자로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 자신에게 처음 먼저 말을 걸었듯이 “먼저 앞에 나서서 일을 주도해 나가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훌륭한 상원의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힐러리가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재능 있는 사람’이라면서 “내가 그녀의 인생을 빼앗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많이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1993년에 자신들이 백악관에 들어갈 때 힐러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여기서 나간 다음에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지 당신이 결정하라. 지난 20년간 우리는 내가 원하는 곳에 가서 내가 원하는 일을 했으니 앞으로 20년은 당신에게 주겠다.”

이날 모임의 참석자들은 클린턴이 연설을 하는 동안 힐러리는 그를 열심히 바라보며 감동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그들은 또 클린턴이 자신의 연애 경험에 대해 그렇게 직접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참석자들이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1년 전만 해도 클린턴의 연애담은 함부로 입에 올리기 어려운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턴과 힐러리는 이제 자신들 사이에 화해와 용서가 성립되었음을 말과 행동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서로를 믿고 있으며 과거의 일을 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늘어놓고 힐러리의 정치적 야망에 대해서도 일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주의 자금 모금 파티에서 힐러리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자신이 지난 25년 동안 상원 출마를 위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더 절실히 깨닫는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politics/camp/082299ny-sen-dem.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