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승모/전직대통령과 활동비

  • 입력 1999년 8월 9일 19시 21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측은 정부에 대해 ‘사무실 제공’을 요구한 것이 조금은 눈치가 보였는지 “돈이 없어서…”라는 해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가 나서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마지막 봉사’ 운운하며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전직대통령들. 지방으로, 해외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정치적 발언을 늘어놓는 YS나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을 향한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얼마나 돈이 많기에 수시로 그렇게 거창한 행차를 하나’라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양측은 모두 “행사비용은 대부분 현지 관계자들이 제공하기 때문에 돈 들 일이 없다”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얼마전 일본을 방문했지만 그 경비도 ‘나카소네전총리 등 초청자’(전전대통령)나 ‘현지 후원자’(YS)가 부담했다는 것.

이같은 설명에 대해서도 “그런 군색한 설명은 돈이 없는 척하려는 ‘위장(僞裝)’”이라는 시각이 앞서는 분위기다.

수천억원의 재산을 은닉했던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퇴임 후 지방여행 때 수행원들에게 “돈이 없다”며 ‘더치 페이(각자 지불)’를 요구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

YS는 92년 대선 때 지구당위원장 200여명에게 공식 자금만 10억원씩 지급했을 정도로 막대한 돈을 모으고 썼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돈이 남지 않았겠느냐는 의문은 지금도 여전하다. 실제로 YS의 차남인 현철(賢哲)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대선자금 잔여금 70억원이 확인되기도 했다.전전대통령이 재임 중 부당한 자금을 받았고 이에 대한 추징금 2000여억원을 아직도 납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그런데도 이들의 정치세력화가 유리하니, 불리하니 하며 주판알을 튀기느라 여념이 없는 정치권의 모습에서 무슨 ‘새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는지 답답한 일이다.

윤승무<정치부>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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