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재민 입장에서 지원을

  • 입력 1999년 8월 6일 19시 05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수재민들이 재기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엉망이 되어버린 가재도구를 물로 닦아내고 집안 곳곳에 남아 있는 흙탕물을 퍼내느라 몸이 녹초가 될 지경이지만 수재민들의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만큼은 결연하다. 인근 군부대와 멀리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도 이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수해 복구작업은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행정당국과 수재민 사이에 손발이 안맞는 사례가 속출하고 일부에서는 마찰음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당국은 나름대로 열심히 수재민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효율성에는 문제가 있는 것같다. 수해 복구 및 구호활동을 지휘하는 사령탑은 정부와 지자체에 설치된 재해대책본부다. 하지만 치밀한 계획 수립과 함께 상황에 따라 융통성있게 대처해야 할 이들부터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구호물품의 경우 수재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게 보내주어야 하는데도 그같은 배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의약품이나 아기에게 먹일 분유가 당장 급한 상황인데도 라면이나 생수를 계속 보내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이다. 피해가 큰 지역과 작은 곳을 구별해 어디부터 구호활동을 펼지 우선순위를 정해 시행해야 하는데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부터 물건을 보내는 식의 편의주의적이고 근시안적인 대처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재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인사치레성’ 방문이다.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이 수재민들에게 관심을 갖고 수해현장을 찾는 것은 그 자체로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재해대책본부에 소속된 공무원 상당수가 이들 때문에 하던 일을 중단한 채 이들에 대한 접대업무에 동원되고 그로 인해 수재민 지원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인들이 방문했다고 하면 모든 업무를 제쳐두고 이들을 따라나서는 공무원들의 관행도 고쳐져야 하지만 정치인 스스로 수재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방문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수재민에게 실질적인 지원효과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피해 복구비 지급을 가능한 한 앞당기는 등 지금부터라도 수재민의 눈높이에 맞춰 복구지원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재민 일부는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당국의 무성의하고 답답한 수해복구 행정에 대한 분노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임을 정부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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