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용남/재해방지 투자 인색하다

입력 1999-08-03 19:27수정 2009-09-2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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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 강원영서 서울 지역에 내린 집중 호우로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났다. 지난달 31일부터 8월2일까지 경기 연천지역에 최고 8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7호 태풍 올가가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폭우를 쏟아부었다.

이번 수해를 당하면서 국민 모두가 공통으로 느끼는 안타까움과 분노는 ‘1년 전, 3년 전과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에 수해가 큰 지역은 96년 7월 홍수와 98년 8월 홍수 피해 지역과 동일한 지역이다. 피해의 유형도 하천 범람과 산사태 등으로 묵은 뉴스 필름을 꺼내 다시 보는 기분이다.

▼비슷한 재해 또 당해▼

96년 홍수 이후 정부는 임진강 종합치수(治水)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거창하게 떠벌렸으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로 실현된 치수 사업이 없다. 심지어 피해를 당한 치수시설이 미처 원상 복구되지 않고 일부 붕괴됐던 연천댐 보수공사도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수마가 덮쳤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치수방재(防災) 대책이 없다고 해도 별로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러다가는 내년 그리고 내명년에도 똑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물난리가 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번에 강우기록을 경신한 집중호우는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상 기상으로 인한 것이기는 하다. 물론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지만 이를 예상하고 사전대비를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96, 98년 홍수 이후 이 지역에서 충분한 치수와 방재 투자를 했더라면 피해를 크게 경감시킬 수 있었다.

한국의 국민총생산(GNP) 대비 치수 투자를 일본과 비교해보면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서 치수부문 투자비율은 약 3%로 도로 46%, 철도 15% 등에 비하면 너무 미약하기 짝이 없다.

사업의 경제성을 따지는 정부예산의 투자 기준은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치수 방재 부문에서는 예외이어야 한다.

만일의 전쟁을 대비해 엄청난 국방력을 유지하는 것처럼 자연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재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정부 재정 투자에 다른 어느 부문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종합치수 대책을 수계단위로 수립하고 계획적으로 치수투자를 확대하는 가칭 ‘홍수방지 특별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치수방재 투자 이외에도 국가 방재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홍수방어 및 예경보 시스템과 응급 재해관리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야 한다.

▼정보시스템도 부실▼

홍수 방어 시스템은 하천 제방이나 홍수 조절용댐, 도시 내배수 시설, 사방시설 등 치수용 구조물과 범람원(氾濫原) 관리를 통한 홍수피해 경감체제를 의미한다. 홍수예경보 시스템은 홍수 상황이 예견될 때 사전대피에 의한 홍수피해 경감을 꾀하는 것이다.

조직 체계를 살펴보면 항구대책에 속하는 홍수방어 및 예경보 시스템의 구축은 하천을 포함하는 국토관리 업무를 관장하는 건설교통부가 맡고 있다. 재해관리 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은 행정자치부의 중앙 재해대책본부가 범 부처적 협조아래 관장하고 있다. 따라서 항구적인 치수방재대책의 핵심은 이 두가지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면서 시스템의 이원화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등 상호 보완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치수방재 관련 법령제도의 보완 정비라든지 치수방재 행정의 전문성 제고, 국민의 방재의식 고취를 위한 대국민 홍보 활동 등도 전국적인 치수 방재 종합대책 수립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치수에 대한 투자 문제와 치수 관련 조직의 체계 문제에 덧붙여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치수 관련 조사와 연구 개발 투자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은 치수 관련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한국에는 기상이나 수문(水門)자료, 수집체계나 관측 조직이 없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예로부터 물을 다스리는 일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의 기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윤용남<고려대교수·토목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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