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진지하게 임하라

  • 입력 1999년 8월 2일 18시 30분


제205회 임시국회가 열려 12일간의 회기에 들어갔다. 국회가 열린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반응은 시큰둥하고 무관심에 가깝다. 국회의원들이 그만큼 국정심의나 민생과는 거리가 있는 정쟁(政爭)이나 일삼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모처럼의 여름국회가 진지한 민생논의를 통해 생산적인 일정으로 진행됨으로써 국민의 짜증과 정치불신을 덜어주기를 기대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1조2981억원 규모의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과 그 부수법안, 민생 및 개혁법안 등이 심의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추경안 심의를 앞두고 야당은 ‘내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을 깎겠다’고 벼르고 있고 여당은 ‘국민을 위해 쓰이는 예산에 선심이고 아닌 기준을 대라’고 맞서고 있다.

이미 세풍(稅風)자금에 대한 야당의원 일부의 분산은닉 의혹이 보도된데 대해 야당은 여당의 대선자금도 수사하라고 맞불을 지피는 등 대정부 공세의 수위를 높여온 터다. 2일 개회 벽두부터 5분 발언을 통해 ‘난타전’을 벌이느냐, 마느냐를 놓고 승강이를 벌였다. 여야의원들의 웅변대회나 세싸움, 기선(機先)잡기 따위는 국민의 관심사가 아닌데도 국회는 여전히 그 특유의 관성(慣性)대로 흘러갈 태세다.

그렇지 않아도 특별검사제 협상을 비롯해 ‘파업유도’의혹 국정조사와 ‘옷로비’의혹 법사위 조사 문제를 놓고 여야 간에 의견타진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핵심쟁점에 대해서는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제의 경우 특별검사 임명권이, 파업유도 국정조사의 경우 조사대상과 증인 문제를 놓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무엇 하나 순조로운 타협으로 흘러가는 것을 찾아보기 어려운게 우리의 여야(與野)정치 무대다.

이번 임시국회를 열어 놓고 이런 기존의 쟁점들로 밀고 당기면서 말꼬리 싸움으로 허송해서는 안된다. 여당은 ‘추경안이 지난 임시국회에서 밀려온 것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생계지원용’이라는 명분만을 내세워 밀어붙이려고만 할게 아니라 야당이 제기하는 ‘선심성’을 엄격하게 가리는데 협력해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집중호우로 숱한 이재민까지 발생한 상황인만큼 시급한 민생관련 안건은 서둘러 처리돼야 한다. 야당도 따질 것은 따지되 이판사판의 정치공세로만 시종할 게 아니라 진지한 국정심의를 통해 정치 냉소주의를 씻어내는데 주력해야 한다. 지금 극에 달한 정치불신 분위기는 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득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 설득력 있는 투쟁과 책임있는 국정심의를 병행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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