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룡의 환상세계]「꿈」을 펼치는 온라인게임

  • 입력 1999년 7월 25일 18시 39분


게임하면 미국산 게임인 ‘스타 크래프트’가 떠오르는 시절이다. ‘스타 크래프트’처럼 요란하지는 않지만 순수 국산 게임의 인기도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신환경의 발달과 인터넷 게임방의 등장으로 ‘바람의 나라’‘리니지’‘마제스티’‘워바이블’‘다크세이버’‘매직랜드’같은 그래픽 온라인 게임의 사용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래픽 온라인 게임은 흔히 머그(MUG,Multi User Graphic)라고도 불리는데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동일한 메인 컴퓨터에 접속해 가상의 멀티미디어 세계를 즐기는 게임을 말한다.

국내 온라인 게임 중에서 최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를 배경으로 만든 게임. 97년 ‘NEXUS’라는 이름의 영문판으로 미국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한달에 3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문화상품 수출 첨병의 역할은 물론, 외국에 우리의 고유문화를 알리는 문화사절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바람의 나라’는 흔히 게임하면 연상되는 폭력적인 부분이 거의 없다. 가상 세계 속에서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친구를 사귀고, 서로 협조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게임을 오래하면 ‘레벨’이 올라가고 힘이 강해지지만, 사람을 때리면 처벌을 받는다. 어떻게 보면 시시하다고도 할 수 있는 내용의 게임이 왜 인기가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사회 생활 속에서 자신이 있어도 되는 곳, 나아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는 쉽지않은 일이다. 학교가 되었건 회사가 되었건 자신의 현재 위치가 불편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현실의 불편함을 편안함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가상세계에서는 아주 쉬운 일이다. 어른이 어린아이 행세를 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어른에게 명령할 수도 있다. 회사에서는 말단의 위치지만 가상세계에서는 수십명의 부하를 거느린 장군이 될 수도 있다. 가상세계를 잘 이용한다면 현실의 불편함을 견디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김지룡〈신세대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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