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조선조 회화에 담긴 철학-사상 깊이읽기

입력 1999-07-16 19:05수정 2009-09-2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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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의 '선상관매도'
한국미술사에 있어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단원 김홍도(1745∼1806년경). 그리고 단원을 탄생시켰던 조선시대의 회화.

이 두 권의 책은 단원과 조선시대 회화라는 주제를 각각 깊이 있게 다룬 역저들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서 저자들의 땀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단원 김홍도 연구’는 국내 두번째의 단원 연구 단행본이다. 그토록 유명한 단원이건만, 단원 연구 단행본이 이제 겨우 두 권뿐이라는 사실. 한국회화사 연구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이들 책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단원은 탁월한 예술적 재능을 지녔던 천재 화가. 그러나 이 책 ‘단원 김홍도 연구’는 단원이라는 한 예술가의 천재성으로만 그 미술세계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한 시대, 즉 18세기 영정조 문예부흥기가 만들어낸 사회적 산물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자연스럽게 조선후기 회화의 모습까지도 담아내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술사학계에 하나의 과제를 던진다. 지금까지 단원의 작품으로 알려진 ‘금강사군첩’의 그림 60점이 낙관 글씨체 등에 문제가 있어 단원 작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이 책은 그러나 단원의 개별 작품, 혹은 변화의 흐름에 숨어 있는 단원의 예술적 내면세계 등을 선명하게 건져 올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조선시대회화사론’ 역시 조선시대 회화를 집중 연구한, 흔치 않은 노작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회화사 연구에서 우리 전통과 기준에 기초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서양미술의 시각으로는 우리 미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조선 회화의 시대적 흐름 뒤에 숨겨진 이념적 성향, 사상적 기반, 예술관, 창작태도 등을 탐색한다. 성리학 도가 실학 등의 사상이 조선시대 회화의 철학적 토대가 됐고, 이를 바탕으로 화가들의 예술관이 형성됐음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는 조선시대의 회화가 그저 화가의 개인적 취향에 의해서만 그려진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철학과 사상 위에서 탄생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같은 접근은 조선 회화에 대한 한국적인 비평 기준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 책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철학적 토대에 대한 접근이 입체적이지 못한 감이 있다. 화가론이라 할 수 있는 ‘조선시대 작가상’ 편에서 저자는 강희안 김명국 최북 장승업 등 4명의 화가만 다루고 있다. 이들 4명만이 조선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없다. 저자가 이 대목을 너무 쉽게 처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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