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正과세로 가는길]「법대로」세무조사 언제쯤?

입력 1999-07-13 18:36수정 2009-09-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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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한 중견 중소기업에 지난해 봄 느닷없이 세무공무원들이 들이닥쳤다. 특별세무조사였다. 평소 세금을 잘 낸 편에 속했기 때문에 당황해하는 회사대표에게 세무 공무원은 “뭐 밉보인 게 있었느냐. 이런 경우는 대개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데…”라고 말했다. 물론 그 업체는 거액의 탈세액을 추징당했다.

세무조사는 불성실한 납세자를 찾아내 탈세액을 추징하고 조세범으로 처벌함으로써 성실 납세를 유도하는 정책수단.

세무조사는 일반조사와 특별조사로 나뉜다. 일반조사는 5∼10년에 한번 정도 받는 게 상례. 대개 동종 업종에 비해 부가율이 낮거나 직전 과세기간에 비해 매출신장률이 낮은 업체를 조사대상에 포함시키지만 여론의 주목을 받는 특정 업종을 조사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특별조사는 탈세혐의가 포착됐을 경우나 정책적 판단에 의해 예고없이 실시된다.

문제는 정기조사건 특별조사건 일관된 시스템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세무조사 대상 선정, 세무조사 행태 및 사후관리 등이 투명하지 않아 납세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당국은 단기 세수 확보나 정치적 필요 또는 이벤트성 행사로 세무조사를 이용해온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를 받고 탈세액을 추징받게 되면 그것에 대해 승복하기보다는 “왜 나만…” “재수없게 걸렸다”는 식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여기서 미국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조사대상자선별제도(DIF)’ ‘성실도표본조사(TCMP)’ 등을 활용, 과학적으로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한다. DIF제도란 수학공식을 이용해 납세신고서의 각 요소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점수합계가 높은 신고서가 불성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대상자로 선정하는 제도. TCMP는 DIF제도의 지원 수단으로 납세자를 업종 및 규모별로 표본조사해 불성실한 대상을 파악한다. 이들 방법은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의적 판단을 최대한 배제하고 납세자의 성실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무조사 선정비율이 너무 낮아 뚜렷한 정책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해의 경우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대상 기준으로 0.67%가량(신고납세자 127만5000명 중 8500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부가가치세의 경우는 0.1%로 선진국의 1∼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 우리나라는 탈세의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은데도 세무조사 비율은 오히려 낮은 셈이다.

세무조사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최근 한 회사는 5000만원을 추징당할 탈세건이 적발됐으나 회사대표가 요로에 로비를 펼쳐 세액추징없이 세무조사를 종결할 수 있었다. 전직 세무공무원 K씨는 “특정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 등 대개 10여군데에서 잘 봐달라는 청탁이 들어온다”고 증언했다.

세무조사 담당 공무원의 실적 올리기 조사도 문제. 조사결과 원하는 추징 세액이 나오지 않을 경우 먼지까지 털어보자는 식의 조사를 하는 반면 불성실 납세자도 적당한 선에서 추징세액을 확보하고 조사를 종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세무조사의 사후관리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현행 세무조사의 결과에 대한 조치는 추징세액의 징수에 집중돼 있고 조세범으로 고발하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탈세자들 중에는 부동산과 기타 자산을 아내 및 자녀의 명의로 돌려 놓는 경우도 없지않다.

그러면 세무조사는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 현재 세무당국이 하고 있는 소수 대납세자 위주의 ‘장기간 전부조사’ 보다는 다수 중소납세자를 포함해 ‘단기간 부분조사’로 전환하는 것이 탈세가 만연한 우리나라에 더 적합한 정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무조사와 관련된 부조리를 막기 위해 세무조사를 받은 납세자의 일정비율을 무작위 추출해 세무조사 과정과 조사대상자의 반응을 주기적으로 조사하는 합동점검반을 국무조정실 등에 편성하는 방안도 도입해 봄 직하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 △세무조사 때 대상자와 주변인물의 금융거래를 확인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해야 하고 △이자소득자료가 국세청에 통보돼야 하며 △전문직종 사업자의 ‘수입명세서’를 부가가치세신고 때 미리 제출받아 사전에 확인토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며 △6급 이하의 직원에 대해서는 담당 분야를 특화해 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치적 논리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명한 세무조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간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현진권(玄鎭權)조세연구원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선진국의 「조세범 처벌」▼

“처벌이 두려워 탈세를 안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처벌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죠.”

일선세무서 직원 A씨의 말이다. 조세범처벌법의 규정자체는 엄하게 되어있으나 실제로는 느슨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종이 호랑이’같이 되어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미국 등 ‘조세선진국’에서의 조세포탈범 처벌은 매우 엄격하다.

세금을 내지 않았거나 탈루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추가로 내는 일종의 벌금인 ‘가산세’의 경우 미국에서는 탈루한 금액에 대해 정해진 세금 외에 75%의 가산세를 물리고 있다. 일본에서도 35∼40%의 가산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올들어 다소 강화됐지만 아직도 가산세액이 10%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 다시 추가로 붙는 가산세액은 0.05%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경우 조세포탈범은 개인의 생활전반에 대한 ‘전면제재’를 받기도 한다. 미국 세무당국에서는 각 개인의 소득신고시 탈세혐의가 짙다고 판단되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뒤 계좌와 모든 소득에 대해 전면적인 세무조사가 이뤄진다. 이 경우는 ‘사생활침해’도 문제가 되지않는다.

금전적 제재를 넘어선 형사처벌도 우리와 선진외국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조세포탈범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과 조세범처벌법 등 두 종류. 이 법령에 따라 포탈세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일 때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이상의 징역에, 포탈세액이 2억원이상 5억원미만일 때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벌금은 대개 포탈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액수가 부과된다. 죄질이 중하면 벌금과 인신구속을 병과하기도 한다.

그러나 탈세자들이 실제로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물급 기업인은 ‘정치적이유’때문에, 자영자는 ‘영세’하기 때문에 법망을 피한다는 것.

선진국의 경우는 어떨까. 법규상으로만 봤을 때는 국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와 크게 다른 점은 ‘법에 정한 대로’라는 점이다. 미국 등에서는 일단 탈세사실이 드러나면 그 누구도 법에서 정한 대로 ‘징역’ 등의 형벌을 면치 못하며 형량도 국내보다 훨씬 높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동아일보-참여연대 공동취재팀]

▽동아일보=정동우차장 정성희복지팀장 하종대사건기획팀장 정용관 홍성철 김상훈 권재현 선대인(이상 사회부) 신치영기자(경제부)

▽참여연대=김기식정책실장 윤종훈전문가팀장(회계사) 하승수 박용대변호사 최영태 이재호회계사등 관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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