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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7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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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등 대도시는 물론 일본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는 퇴폐업소 ‘한국에스테’에서 일하는 여성 대부분도 한국출신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단기비자로 일본에 건너와 비자유효기간을 넘긴 채 머물고 있는 불법체류자다. 아예 위조 또는 변조된 여권으로 온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경찰이 불법체류자 단속실적을 올리려면 한국술집을 덮치는 게 가장 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유흥업소 등에서 일하는 젊은 한국여성 중에는 한국내 경제위기후 ‘일본에 가면 쉽게 돈을 번다’는 환상을 갖고 한국을 떠난 사람이 많다. ‘저팬 드림’이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A양은 일본에 온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전직 사설탐정이라는 한 일본인 손님이 수백만엔의 외상 술값을 떼먹었다. 이 일본인은 술값을 독촉하는 A양에게 “불법체류사실을 일본경찰에 알려 쫓아내겠다”고 협박한 뒤 발을 끊었다. 이런 식으로 한국술집을 돌아다니면서 여종업원의 몸까지 빼앗는 일본인도 있다.
15일 기한의 관광비자로 일본에 왔다가 한달을 넘긴 B양은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만 브로커를 통해 일본에서 불법여권을 만드는데 300만∼500만엔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 포기했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각종 피해를 당하는 한국여성은 하나둘이 아니다.
한국에 애정을 가진 일본인도 ‘저팬 드림’에 따른 한국인 불법체류의 후유증을 걱정한다. 한 일본기자는 “일본에서 한국을 다시 멸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권순활<도쿄특파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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