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英BBC 생방송중 퇴장 헨리 키신저

  • 입력 1999년 6월 30일 19시 59분


냉철하기로 유명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영국 BBC 라디오방송 출연 도중 퇴장하는 ‘방송사고’를 냈다.

키신저는 지난달 28일 BBC방송의 유명앵커 제레미 팍스만이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라디오4의 ‘스타트 더 위크’에 출연했다. 최근펴낸 저서 ‘쇄신의 시절’을홍보하기위해출연한 키신저를 팍스만은 ‘20세기 최고의 정치인 중 한명’이라고 추켜세우며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70년대 미국의 외교정책을 좌우했던 키신저가 73년 인도차이나 평화협상 타결과 관련해 노벨 평화상을 탄 대목에 이르러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당시 상을 받으면서 사기라는 느낌이 조금도 없었느냐”는 팍스만의 질문에 키신저는 “무슨 느낌이라고?”하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팍스만은 “당시 미국이 캄보디아를 폭격해 엄청난 인명피해가 났으며 이는 중립국에 대한 미국의 비밀 작전이었다”며 자극적인 발언을 계속했다. 그러자 키신저는 “당신은 방송에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알만한 사람일텐데…”라고 맞받아치며 화를 냈다.

키신저는 분이 안풀린 듯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버렸다. 청취자는 “잘 가세요, 키신저 박사”라는 팍스만의 인사말로 미루어 상황을 짐작해야 했다.

BBC는 성명을 통해 “키신저박사의 출연에 감사하며 ‘도전적인 대화’는 청취자를 즐겁게 했다”며 “그가 토론에 가담하지 않고 떠난 것은 유감이었다”고 밝혔다.

〈브뤼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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