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박건하 슬럼프우려 일축 『포기할 수 없다』

  • 입력 1999년 6월 29일 19시 35분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토종 골잡이 박건하(28).

신상명세서에 적힌 그의 체격은 1m80, 75㎏이다. 그러나 이는 14골을 터뜨리며 신인왕에 올랐던 96년 프로 데뷔 첫해의 자료로 지금은 체중이 72㎏에 불과하다.

그나마 올 동계훈련때 몸관리를 잘 해 정상 체중을 회복한 수치다.

지난해 프랑스월드컵대표팀 탈락때는 스트레스에다 위염까지 겹쳐 체중이 6㎏이나 빠졌었다. 그가 지난해 2골에 그치며 부진한 것도 급격한 체중 감소 때문.

올시즌은 시작부터 달랐다. 시즌개막후 어머니가 대전에서 올라와 갖은 영양식으로 아들의 건강을 손수 챙기기 시작했다.

박건하는 이에 보답하듯 대한화재컵 챔피언결정전 부산 대우와의 2차전에서 극적인 동점골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바이코리아컵 K리그 전북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서도 상큼한 첫 골을 신고했다.

그런만큼 9일의 부산전 0―2 패배는 가슴아팠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수차례의 골찬스를 못살린 그는 ‘부산팀 킬러’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막판 교체되는 수모를 당했다.

“기량이 들쭉날쭉하다. 다시 슬럼프다”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렇지만 그는 위축되지 않았다. 독서와 팬클럽 ‘POM(박건하, 축구를 위한 유일한 선수)’덕분이었다.

그는 흔들리는 마음을 잡기 위해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에 관한 책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좌우명을 ‘포기하지 말자’로 정한 것도 독서를 통해 얻은 깨달음. 10대팬이 주축인 다른 팬클럽과 달리 대학생과 직장인 등 골수 팬이 많은 팬클럽 ‘POM’도 그를 굳건히 지켜줬다.

박건하는 30일 홈에서 열리는 천안 일화전을 앞두고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팀이 1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골을 넣고야 말겠습니다.”

그는 샤샤 비탈리 데니스 등 특급 용병들 틈바구니에서 토종 골잡이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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