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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3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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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불만은 이번 결의대회가 공무원들의 입장이나 처지가 철저히 배제된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데 있다. ‘10대 준수사항’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는 최근 언론보도나 행정전산망 등을 통해 공무원 대부분이 알고 있다. 더구나 공무원들의 사기는 구조조정과 잇따른 공직비리사건 등으로 크게 떨어져 있다. 여기에 위로부터 강요된 결의대회는 공무원사회를 더욱 자조적인 분위기로 몰고 갈 우려가 높다. 특히 공무원 중에는 처음부터 민원부서나 이권부서가 아니어서 ‘10대 준수사항’과 상관이 없는 사람도 상당수다. 이들은 준수사항 제정 자체가 썩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기관마다 결의대회를 빼놓지 말고 하라는 상부의 지시는 공무원이나 공직사회 어느 쪽을 위해서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뻔하다.
공직윤리가 외부로 요란하게 떠든다고 쉽게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오랜 관행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직윤리 확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직자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효과적이다. 공직자들 스스로 급변하는 가치기준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몸가짐을 새롭게 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지 결의대회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이다.
특히 정부는 과장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서는 준수사항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서약하는 결의서까지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결의서를 쓴다고 몸가짐이 좋지 않던 공직자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도 않을 뿐더러 다수 공직자들의 자존심만 건드리는 결과를 빚을 뿐이다. 공무원사회의 안정과 공무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결의대회나 결의서 작성은 이 시점에서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무원사회도 개혁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앞서 변해야 할 것이 관계당국 책임자들의 전근대적이고 치졸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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