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전진우/「항명 파문」

  • 입력 1999년 6월 17일 19시 24분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하는 일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마치 국민의 불신과 원성(怨聲)을 도맡는 것 같은 보건복지부가 이번에는 내부의 일로 진통을 겪고 있다. 1급 간부인 기획관리실장이 장관의 정책을 정면비판하고, 보건복지부는 그에 대해 직권면직 절차를 밟고 있는 ‘항명파문’이 관가 안팎의 화제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사정이 꼬여있음을 알 수 있다. 근원적으로는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의 운영방식에 대한 장관과 기획관리실장의 뚜렷한 시각차. 차흥봉(車興奉)장관이 사회보험의 복지적 측면을 강조하는 ‘이상적 통합론’의 대표격이라고 한다면, 김종대(金鍾大)기획관리실장은 운영의 효율성에 비중을 두는 ‘현실적 조합론’을 주장한다. 두 사람의 인연에도 기구한(?) 구석이 있다. 83년 당시 보사부 보험제도과장이던 차장관이 의료보험통합을 주장하다 옷을 벗어야 했을 때 김실장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으면서 차장관의 통합 기도에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고 보면 16년만의 ‘역전 드라마’인 셈이다.

▽하나 사안을 보는 눈이 다르고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한쪽이 들어서면 다른 쪽은 밀려나가야 한다면, 그런 것이 아직 우리 관료사회의 ‘변치 않는 풍토’라면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행시 3년 후배가 차관에 임명된 마당에 김실장이 계속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조직이 굴러가는 데 장애가 되리란 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김실장 식의 항명이 옳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통합론’이든 ‘조합론’이든 어느 쪽도 완벽한 것은없다.그런데일부에서는‘조합론자들은이참에모두 솎아내야 한다’는 말까지 한다고 하니 바로 그런 독선적 행태가 걱정이다.

전진우<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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