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韓-日정부 판이한 실업대처

  • 입력 1999년 6월 6일 19시 25분


요즘 일본정부의 큰 골칫거리는 실업자의 급증이다. 4월의 남자실업률은 5.0%로 높아져 실업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5%대에 들어섰다. 일본의 고용불안은 경기침체뿐만 아니라 경제의 구조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해결도 그만큼 어렵다.

그러나 실업문제를 다루는 정부태도에는 최소한 진지함이 엿보인다. 4월 고용통계가 발표된 1일에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 주재로 긴급 고용대책 각료간담회를 열어 “고용불안해소가 어려운 과제이긴 하지만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대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노동상은 물론 주무장관이 아닌 각료들도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일본정부는 고용안정 특별대책을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포함된다.

재계에서도 고용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요타자동차사장 출신인 오쿠다 히로시(奧田碩)일본경영자단체연합회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이며 시장주의가 만능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면서 실업축소대책을 서두를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기업에서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다. ‘살아남은 자의 아픔’도 커졌다. 그런데도 최근 정부는 “실업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국민의 피부에 와닿지도 않는 발표를 했다.

사실상 실업자인 불완전취업자 등은 실업통계에서 제외됐다. 핵심 경제각료는 취임하자마자 정권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이런 태도로 실업자를 정말로 줄일 수 있을 것인가. 거리에 내몰린 실업자와 직장에 남아 있어도 감봉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알고나 있는 것인가.

권순활<도쿄특파원>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