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직동팀 해체하라

  • 입력 1999년 6월 3일 19시 13분


‘옷 로비’의혹사건을 계기로 청와대 직속 수사조직인 사직동팀의 존폐문제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팀은 직제상 경찰청의 형사국 산하 조사과 조직이지만 실제로는 청와대 하명사건을 직접 조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직동팀은 지난날 집권자의 정치적 반대자나 고위공직자 재벌 등의 비위사실을 들춰내 대통령의 이른바 ‘통치기반’을 뒷받침해온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이 팀은 은밀하게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바로 그 점이 사직동팀의 부작용을 부르는 요인이다.

‘옷 로비’의혹사건의 경우 처음부터 공개 수사기관인 검찰이 수사를 맡았더라면 양상은 상당히 달랐을지 모른다. 청와대는 사직동팀의 조사결과 보고만을 믿고 사건을 덮어 버리는 바람에 결국 의혹을 더욱 부추겨 검찰에 부담을 가중시킨 꼴이 됐다. 게다가 여당측이 야당에 대한 반격자료로 이용한 야당인사 부인들의 고급의상실 출입정보도 사직동팀이 수집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러 일으켰다. 결국 이번 사건은 사직동팀의 적법성 여부와 정치적 위험성 등 보다 근본적 문제에 관한 논란으로까지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 국회의원의 문제 제기처럼 사직동팀은 법적으로 ‘검사’가 아닌 일반직 법무비서관이 지휘하고 있다. 검사가 법무비서관으로 갈 때는 검사직 사표를 냈다가 청와대를 떠날 때 다시 검사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여하튼 수사권을 가진 검사 신분이 아닌 일반 비서관이 경찰 수사팀을 지휘하는 것은 탈법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모든 공무원을 지휘 감독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청와대측 해명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대통령이 국정전반에 관한 포괄적 권한은 갖고 있지만 구체적 사건의 수사지휘권까지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악용이나 권력남용 등 불법적 활동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점에 사직동팀의 결정적 문제가 있다. 가령 법원의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계좌추적을 하더라도 통제방법이 없다. 물론 이 팀의 관심대상은 극히 일부 계층에 국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그들의 사생활침해와 부당한 조사 등 인권문제를 간과해선 안된다. 비공개 수사조직이므로 조사과정과 결과에 대한 투명성도 없다. ‘국민의 정부’가 군사독재정권의 유산인 이런 비민주적 수사조직에 집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 정권은 과거정권과 달리 사직동팀을 결코 악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상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사직동팀을 해체, 경찰 지휘라인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정도다. 그에 앞서 ‘옷 로비’의혹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사직동팀의 조사기록을 전면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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