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인준/기업흥망과 괘씸죄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21분


“한국의 경제위기 이후 현대자동차가 살아남은 것은 전(前)정부와 사이가 나빠 자본을 국제시장에서 조달한 덕분이다. 다른 자동차업체들은 계열사끼리 채무보증을 하면서 빚을 눈덩이처럼 키웠으나 현대는 국내에서 돈을 많이 빌릴 수 없었던 것이 오히려 강점이 됐다.” 독일 경제신문인 한델스블라트 26일자에 실린 한국자동차산업에 관한 기사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현대그룹은 김영삼(金泳三)정권 기간중 설비자금 대출중단, 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 불허, 기업공개와 장외시장등록 불허 등의 냉대를 받아야 했다. 96년초 YS의 측근인 홍인길(洪仁吉)청와대총무수석은 전경련 간부에게 “현대그룹 참 대단합디다. 그렇게 밟았는데도 멀쩡하잖아요”라고 말했다. 대선(大選)의 정적이었던 정주영(鄭周永)씨에 대한 YS의 정치보복을 시인하는 발언이었다.

▽삼성그룹은 97년 대선 직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임기중에 결코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중의 수군거림에 시달렸다. 대표적 반(反)DJ재벌이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김당선자가 이건희(李健熙)회장에게 “악성루머에 시달린다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다”며 직접 진화(鎭火)에 나서기까지 했다. 권력자나 정부의 미움을 산 기업주와 기업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괘씸죄’의 잔영(殘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한국적 관치(官治)경제의 유산이라 할 괘씸죄가 더 이상 살아남아서는 안된다. 권력자의 ‘애증(愛憎)지수’가 기업 흥망의 변수로 작용하는 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우선 정부는 특정기업에 대한 괘씸죄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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