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심지연/제2기 내각 원칙이 안보인다

  • 입력 1999년 5월 24일 18시 52분


김대중(金大中)정부 ‘제2기 내각’의 출범에 바라는 것은 더 이상 시행착오없이 사회 각 분야에 산적한 현안을 정권차원에서가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이익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처리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미 집권 15개월이 지난 시점이므로 국정운영의 ‘초보운전’에 대한 국민의 인내와 양보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에 조각에 준하는 대폭 개각을 하면서 전문성 개혁성 참신성의 세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비정당인 위주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비정당인’의 기용원칙은 야당의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는 효과와 아울러 지난 15개월 동안 공동정권 안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갈등이 적지 않았음을 감안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분석된다. 그러나 과연 이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졌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유임된 장관 중에는 정당인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새 각료 중에는 정당에 가입만 하지 않았지 어느 정당과 가까운지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는 인물도 있다.

아울러 내각에서 정당인 배제는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선거공약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오늘날 민주주의의 정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정당을 정치과정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돼 바람직스럽다고만 볼 수는 없다. 정당정치가 갖고 있는 민의의 수렴기능을 제거하고 행정부의 독주를 초래할 위험성마저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의 경우 주로 경제부처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데 경제 여건이 현 정부 출범 당시와는 달라졌다는 것을 염두에 둔 인사가 이루어져야 했다. 바꾸어 말하면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돼 가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제는 외환위기 극복이나 구조조정과 같은 임기응변식의 땜질 대응에서 벗어나 21세기를 대비하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따라서 재벌개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나 사재(私財) 출연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안되며 기업의 구조조정도 정치권의 위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외환위기 관리나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팀이 경제의 핵심부서에 다시 포진하고 있는 것은 부적절한 인사일 수도 있는 것이다.

‘개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으로 “개혁의 대상이 개혁을 하려 한다”는 여론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려고 하기보다는 여론을 바꾸어 보려는 의도에서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과 법조개혁 문제는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 하는 사안임에도 여론의 질책을 받고 있는 당사자가 책임자로 임명됐다.

즉 국민연금이 보건복지업무의 전부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이를 강행하려는 듯한 인사가 이루어졌다. 검찰뿐만 아니라 법무부 전체가 정치권의 시녀로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인물이 그 책임자로 임명됐기에 국민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더 이상 국민이 시행착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기에 ‘국민을 무시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참신성’은 요즈음 논의되는 ‘젊은 피 수혈론’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나 구체적으로 이에 해당되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식으로 밀어붙인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정권교체 때마다 권력의 자문에 응했으면서도 단지 정치권에 몸을 담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는 정당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지만 출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정인을 참신하다고 한다면 국민이 과연 이를 납득할 수 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혼란스러울 뿐이다.

특히 인텔리의 경우 무엇인가 자기 마음속에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있고 이를 위해 권력이 필요해 권력을 이용한다면 그런대로 참을 만하다. 그러나 권력에 이용당하면서도 이를 모르고 자기만족을 하고 있다면 어느 누가 보더라도 딱한 노릇일뿐더러 권력에도 누가 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심지연<경남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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