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오페라 심청]관객기대 못미친 심리묘사

  • 입력 1999년 5월 23일 19시 58분


관현악 반주부는 빛났다. 노래와 연출은 무난했다.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2일 개막된 고 윤이상의 대작오페라 ‘심청’.

최승한 지휘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작곡자가 구상한 다양한 음색의 팔레트를 정교한 솜씨로 담아냈다. 악기군 사이의 음량배분도 깔끔했고, 저음 금관이 지휘자의 손끝에 정확하게 반응하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타이틀 롤인 심청 역의 박미자는 고음역의 날렵한 움직임과 서늘하고 깨끗한 음색이 돋보였다. 반면 대사를 읊는 부분의 음성연기는 단조롭게 들렸을 뿐더러 노래부분과 조화를 이루지도 못했다.

심봉사역의 김동섭은 2막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부분에서 한이 서리서리 깃든 듯한 음성연기로 강한 인상을 주었다.

연출가 문호근은 조각보 무늬 중간막(幕)을 사용하고 극 전후에 어린이들을 등장시켜 이야기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등 신선한 아이디어를 여럿 보였다. 그러나 무대 앞쪽에서 대부분의 동작이 진행됐고 무대의 깊이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해 ‘화면’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졌다.

심청과 심봉사의 재회장면은 평면적으로 표현돼 여러 관객의 불만을 샀다. 윤이상의 음악도 이 부분에서 특별한 심리적 충격을 의도하지는 않은 듯했다. 그러나 우리 관객들은 좀더 강렬한 표현을 기대했다. 심봉사가 죄책감을 고백하는 동안 심청의 연기에서 마음의 동요가 거의 표현되지 않았다.

관객들은 “음악이 정밀한 점은 잘 알겠지만, 긴장과 희열 등을 표현할때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언어를 사용했는 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들을 말했다.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었고 갈채에도 열기가 없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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