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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7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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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관은 시황에 대해 “기업가치의 내실화가 뒷받침하는 실적(實績)장세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판단은 성급하고 과장된 감이 있다. 한은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지난해 1천원어치를 팔면 평균 18원이 밑지는 장사를 했다고 7일 발표했다.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62년 이후 최대폭의 손실이다. 최근의 실물경기 회복세도 아직은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다.
그런 점에서 전철환(全哲煥)한은총재의 진단이 더 현실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전총재는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고 ‘더 이상 내리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 정책을 유보하는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전총재는 그 배경에 대해 “주가 상승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물론 증시가 다소간 과열양상이라고 해서 금리를 서둘러 인상해 증시를 냉각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데다 인플레를 성급하게 걱정할 상황도 아니다. 따라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기회복의 토대를 넓혀나갈 필요성이 앞선다. 증시과열에 대해서는 금리인상보다는 증자확대 등을 통한 물량조절로 대처하는 게 1차적 처방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가운데 정부와 기업들은 증시 활황을 구조조정 가속화의 결정적 기회로, 궁극적인 산업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경쟁력과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는 결국 거품처럼 꺼지고 만다. 그렇게 되면 해당 기업들이 또다시 위기에 직면할 것이며, 그런 기업이 많으면 증시 자체가 다시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특히 5대 재벌이 증시 활황을 이용해 구조조정을 게을리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독 제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들 재벌의 자금독점 현상과 계열 증권사들의 자금운용상 일탈(逸脫)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한마디 고언(苦言)하고 싶다. 땅 팔고 빚까지 얻어 주식에 손대는 농민도, 하숙비로 주식을 사는 대학생도 있다고 한다. ‘프로급’을 자처하는 개인투자자도 있지만 투자기법이나 정보활용 등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를 앞지르기는 불가능하다. 뒤따라가는 뇌동(雷同)투자에 기울기 쉽다. 종목 가격 수량에 상관없이 무조건 사달라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는 더욱 불안하다. 작은 재미 끝에 결정적으로 쓴 잔을 마실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음을 잊지말아야 한다. 투자 실패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대신 져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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