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밀레니엄 베스트]英여왕 엘리자베스1세

  • 입력 1999년 5월 7일 09시 53분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지난 1천년간 등장했던 지도자들 중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또는 가장 카리스마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가장 다재다능한 지도자였다.

그녀는 16세기의 군주이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전쟁으로 인한 소모를 싫어했고, 종교적인 극단주의를 혐오했으며 균형 예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헨리 8세와 앤 볼린의 딸인 엘리자베스 1세는 어린 시절 내내 친척들에 의해 처형당할지 모를 위험 속에서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형장에서 참수형을 당한 이후 여러 계모들도 같은 운명이었다.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10대 시절부터 첩보자는 많지만 돈은 얼마 없는 살림을 꾸려나가는 책임을 맡았다. 정신병자 아니면 자제력이 아주 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기에 딱 맞는 환경이었다.

그녀는 백성들의 지지를 얻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갖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군주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백성들과 함께 보냈다.

백성들은 실제로 그녀를 아주 사랑했다. 그녀가 자신들의 돈과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신하들이 대담한 행동을 촉구하며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엘리자베스는 거짓말을 하거나 일시적인 미봉책을 쓰면서 그들의 요구를 피했다.

교황 식스투스 5세는 “그녀는 분명히 위대한 여왕이다. 그녀가 가톨릭이기만 했다면 우리가 극진히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면서 “그녀가 얼마나 잘 다스리고 있는지 한 번 보라”고 그녀를 찬양했다.

그녀는 여성들이 가정 밖의 생활에서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권력을 잡았고 45년 동안 권력을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피를 흘리고도 나라를 세계최강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녀와 비슷한 나이에 왕좌에 근접했던 여성들은 몇 명 있지만 그들은 모두 남성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문화적 압력과 자신이 낳은 사내아이를 보호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자멸하고 말았다.

엘리자베스는 남편도, 자식도, 연인도 두지 않는 삶을 택했다. 그녀가 아첨을 좋아했던 것은 좀 거슬리지만, 그것은 그 시대에 정해진 여성의 삶과 전혀 동떨어진 인생을 살았던 그녀가 요구한 유일한 보상이었다.

의회를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엘리자베스는 다음과 같은 ‘황금의 연설’을 했다.

“여러분은 이 자리에 나보다 더 강력하고 더 현명한 군주들을 많이 보셨고 앞으로도 모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나보다 더 여러분을 사랑하는 군주는 결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필자:게일 콜린스〓뉴욕 타임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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