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한강시민공원 『24시간이 짧다』

  • 입력 1999년 4월 14일 19시 50분


“패스 패스.” “좋았어, 고올∼인!”

14일 오전 0시반경 서울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청소년전용광장 농구장. 자정이 지났지만 이곳엔 열기가 가득했다.

코트를 비추는 승용차들의 전조등 불빛으로 코트는 대낮같이 밝았다.

경희대 사회과학대 경영학부 3학년 임형진(林炯辰·25)씨는 “일주일에 한두번은 야간에 친구들과 함께 이 곳에서 농구경기를 한다”고 말했다.

‘야간농구족’은 심야에 은밀히 데이트를 즐기는 ‘카 데이트족’의 ‘적(敵)’이기도 하다. 자정무렵 야간농구를 즐기려는 대학생들이 나타나자 오후 7시경부터 몰려들었던 1백여대의 카데이트족 승용차들이 농구장 옆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오전 2시경 야간농구족이 떠나자 한강시민공원은 깊은 적막에 휩싸였다.

오전 5시경이 되면 시민공원은 다시 깨어난다.

주변 서초구 잠원동 반포동과 강남구 신사동의 아파트단지에 사는 시민들이 시민공원의 ‘새벽주인’. 조깅 줄넘기 축구 등의 운동을 하는 이들의 가쁜 호흡과 함께 서서히 동이 튼다.

‘새벽주인’들이 집으로 돌아간 오전8시경. 시민공원은 인근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들의 발걸음으로 부산해진다. 주차비가 무료인 시민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출근하기 때문이다.

정오가 되면 햄버거나 김밥을 사들고 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잠깐 데이트’를 즐기는 20∼30대가 시민공원을 차지한다. 차를 주차시켜 놓고 낮잠을 즐기는 운전자들도 눈에 띈다. 주로 화물트럭이나 새벽에 지방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한 승용차의 운전자들이다.

오후2시 전후는 초보운전자나 운전면허시험을 앞둔 사람들의 몫. 빈 주차공간을 빙빙 돌거나 바닥에 물을 부어 선을 만든 뒤 코스시험 실습을 하기도 한다.

오후3∼6시에는 수업을 마친 초중고교 학생들이 이곳을 ‘점령’한다. 농구를 하기도 하고 잔디밭에서 무선조종 모형비행기를 날리고 족구를 즐기기도 한다. 노을이 지고 어둠이 깔리면 다시 카데이트족들이 주차장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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