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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12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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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프로 원년 이후 13년만에 두산(당시 OB)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겼던 그이지만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팀을 이탈하는 물의까지 빚었던 그의 지난해 성적은 고작 34경기에 나가 타율 0.241에 1홈런 7타점.
결국 두산은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 포기 의사를 밝혔고 그는 매달리다시피 사정한 끝에 간신히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한물간’ 것으로 평가됐던 그가 국내 최강의 좌타라인을 보유한 LG에서 없어서는 안될 오른손 중심타선으로 떠오르며 ‘제2의 야구인생’을 화려하게 열어가고 있는 것.
11일 롯데전에서 밀어내기 결승타점을 올린 것을 비롯해 타율 0.280에 시즌초 7경기만에 1홈런 8타점을 올려 지난해 자신의 1년 성적을 웃돌고 있다.
이처럼 전 소속팀에서 천덕꾸러기로 취급돼 거의 쫓겨나다시피 이적한 선수들의 화려한 부활은 이밖에도 많다.
김상진 노장진(이상 삼성), 동봉철 박정현(이상 쌍방울) 등.
2년전만 해도 두산에서 김상호와 함께 투타의 핵을 이뤘던 김상진은 지난해 겨울 7억원에 삼성으로 현금 트레이드됐다. 힘 떨어진 에이스는 필요없다는 것이 마운드가 튼튼한 두산의 방출 이유.
그러나 김상진은 혹독하게 마음을 다스린 끝에 올시즌 개막전 선발을 맡는 등 1승무패 방어율 1.29로 삼성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화 출신인 노장진도 방어율 2.08에 1승을 올려 이들 ‘이적생 듀엣’이 시즌초 삼성의 승리를 책임졌다.
삼성→해태→LG→한화를 거쳐 쌍방울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방랑자’ 동봉철은 뛰어난 타격감각을 자랑하면서도 부상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경우. 올해는 타율 0.412에 3타점을 올리며 모처럼 상쾌한 출발을 하고 있다.
89년 신인왕에 오를 때 모셨던 김성근감독과 재회한 박정현도 1승을 올리며 방어율 2.16으로 재기를 예약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