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전진우/ 몽니와 배알

  • 입력 1999년 4월 11일 19시 42분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가 써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몽니’는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성질을 뜻하는 말로 그 준말은 ‘몽’이다.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이 공동여당측의 반란표로 부결된 ‘4·7파동’에 화들짝 놀란 공동여당 수뇌부가 부랴부랴 만나 내각제 논의를 오는 8월말까지 중단하기로 입을 맞췄으니 JP가 몽니를 부릴 일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몽니란 게 어디 날짜 잡아두고 부리고 말고 하는 것이던가. 언제 불쑥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다.

몽니와 비슷한 말로 배알이 있는데 창자의 비속어인 배알은 몽니와 달리 어감부터 걸쩍지근하다. 흔히 ‘밸을 부리다’로 쓰이는데 성미를 부리는 것을 두고 하는 속된 말이다.

▽지난 주 부산 경남(PK)지역을 방문했던 김영삼(金泳三·YS)전대통령의 거친 언행을 두고 적잖은 사람들이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밸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원…” 하고 혀를 찬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할 말도 말라는 건 아니고, 듣는 이에 따라 틀린 말은 아니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지만 말이란 게 ‘아’ 다르고 ‘어’ 다른데 그렇게 막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럴만도 한 것이 YS는 정제되지 않은 원색적 표현을 마구 쏟아냈다. “공산주의를 빼곤 대통령이 직접 빅딜하는 나라는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라 보복하기 위한 대통령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등등.

▽몽니도 배알도 함부로 부릴 일은 아니다. 하물며 전직 대통령이 배알을 부리고 현직 국무총리가 몽니를 부린다면 나라가 부끄럽고 국민이 딱하다. 그렇다고 혀만 찬다고 될 일은 아니다. 그들이 왜 배알을 부리고 몽니를 부리는지, 그걸 살펴야 한다. 그건 결국 김대통령의 몫이다.

〈전진우 논설위원〉young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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