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전통춤 「지킴이」 박동국 동국예술기획대표

  • 입력 1999년 4월 11일 19시 42분


동국예술기획에 전화를 걸면 길거리 한복판의 소음이 들려오기 일쑤다. 소음 속에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인데요…”라는 박동국(40)대표의 숨가쁜 답변이 튀어나온다. 그가 문서수발까지 혼자 도맡아하는 ‘나홀로 공연기획사’라 전화가 자동전환되기 때문.

그러나 이루어놓은 일은 ‘나홀로’회사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90년부터 10년째 ‘한국의 명무명인전’을 열여섯번이나 열고 매번 호암아트홀 객석(8백66석)을 가득 채웠다. 전통춤 무대로는 최대규모다.

13,14일 오후7시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17회 행사에서도 김천흥 이은관 이애주 등 여덟명의 인간문화재와 준인간문화재가 우리춤과 국악을 선보인다.

“어려서 고향 함평에서 우연히 들은 창극 춘향전이 제 갈길을 정해준 셈이죠. 아쟁과 가야금의 반주선율이 머리속에 박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90년 동국예술기획을 설립했다. 11월 개최한 첫 ‘명무명인전’은 대성황을 이뤘지만 3백만원의 적자를 봤다. 이후 지방 방송사 이벤트등을 맡아 돈을 벌고, 명무명인전에 털어넣기를 반복했다.

중앙대 정병호교수(무용이론)는 “명무명인전은 명성을 떨치는 명인들이 여럿 무대에 서기로도 유명하지만, 초야에 묻혀있던 이름없는 명인들이 관객과 만나는 행사로서도 의미가 깊죠. 주최자가 젊은데도 안목이 깊고 예리합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명무명인전에 집까지 쓸어넣어 다가구주택에 월세로 들어있는 박동국대표지만, 앞으로의 사업계획은 더 크다. “매년 상반기에 명무명인전을 열고, 하반기에는 젊은 인재를 발굴해 공연을 가질 계획입니다. 창작작품만 따로 모아 소개하는 무대도 생각중이죠.” 02―585―7318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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