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부기나이트」/포르노스타와 미국사회 그늘

  • 입력 1999년 3월 14일 18시 37분


20일 개봉되는 ‘부기 나이트’는 포르노산업을 다뤘지만 전혀 포르노같지 않은 독특한 영화다. 88년 에이즈로 사망한 ‘33㎝의 포르노스타’ 존 C 홈스의 삶을 통해 인생과 사회를 꿰뚫는 통찰력을 제시한다.

★어떤 영화인가★

주인공은 어려서부터 쓸모없는 아이로 낙인찍힌 고교중퇴생 에디(마크 월버그 분). 그러나 진짜 주인공은 33㎝의 거대한 ‘물건’이다.

나이트클럽에서 접시닦이로 일하던 그가 포르노 영화감독 잭(버트 레이놀즈)를 만나면서 가능성을 자각한다. “누구나 잘 하는 게 한가지는 있고 그래서 신은 공평하다”고 믿게 된 에디는 포르노 스타로 우뚝 선다. 2시간32분에 이르는 화면 전체에는 섹스 인기 마약 돈 매춘 자살 강도 등 자극적 요소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제작 각본 감독을 맡은 27살의 폴 토머스 앤더슨은 이 원초적 소재에 ‘포르노 패밀리’의 꿈과 좌절, 미국이라는 사회와 시대상을 조화시켜 품격있는 드라마로 탈바꿈시켰다.

그의 가장 뛰어난 재능은 가장 늦게, 가장 중요한 것을 유쾌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기다릴 줄 안다는 점. 라스트신이 돼서야 주인공의 ‘33㎝’가 깜짝 출연한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길거리에서 벌이는 섹스장면과 마약 흡입 장면 등 약 3분 분량이 편집에서 빠졌고 라스트신은 삭제없이 빨간 막대기를 세워 심의를 통과했다.

★포르노와 부기나이트★

‘부기…’는 파격적인 포르노를 소재로 했지만 ‘래리 플린트’보다 한수 위의 완성도로 98년 골든글로브 최우수남우조연상(버트 레이놀즈) LA비평가협회 감독상을 수상했고 그해 아카데미 최우수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오를 만큼 비평계에서 높은 평점을 받았다.

97년 미국 개봉 당시 마피아와 포르노 산업의 연계에 대한 분석이 약하다는 비판이 일부 제기됐지만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에서는 그의 파격성과 유머를 높이 평가하며 ‘제2의 타란티노’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게다가 타란타노보다 ‘피는 덜 튀고, 삶을 다루는 폭은 더 깊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

영화평론가 유지나(동국대교수)는 “미국에서는 80년대말부터 아동학대 금지와 결합돼 반(反)포르노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며 “이 영화는 뛰어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포르노산업을 낭만적으로 묘사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에로영화와 포르노영화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예술표현에서 에로티시즘(Eroticism)은 자연스럽게 성애(性愛)를 드러내는 것,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는 그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명확한 구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때문에 ‘무엇이 포르노인지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보면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

공연예술진흥협의회의 영화등급부여 보류 규정에 따르면 △남녀성기 및 음모(陰毛)의 노출 △기성, 괴성을 수반한 원색적이고 직접적인 성애 △변태적 성행위와 강간 윤간 혼음 등을 사실상 포르노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포르노는 성기가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하드코어’와 그렇지 않은 ‘소프트코어’로 나누기도 한다. 이 분류에 따르면 16㎜ 비디오용으로 출시되는 우리나라 에로영화의 대부분은 소프트코어 포르노에 해당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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