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리선언 백지연『방송영역 넓히고파』

  • 입력 1999년 3월 11일 19시 25분


MBC가 발칵 뒤집혔다. 인기 정상의 여성앵커이자 최근 여대생이 꼽은 ‘가장 닮고 싶은 커리어우먼’ 백지연(34)이 10일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11일까지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백씨가 말하는 ‘사표의 변’을 들어본다.

―갑자기라기보다는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MBC를 떠나는 이유가 뭔가.

“MBC 앵커라는 자리는 매우 안정적이고 매력적이다. 그동안 여성 앵커만큼은 ‘백지연의 MBC’라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조직에 묶여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됐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프리랜서인가.

“아직까지 프리랜서 앵커라는 개념은 생소하다. 사표를 던진 것은 앵커로서만이 아닌 방송인으로서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기회가 닿는다면 고급 시사토크쇼의 진행을 맡고 싶다.”

―MBC에 불만이 있나.

“그럴 리가 있나. MBC는 1년차 햇병아리였던 나를 메인뉴스 앵커로 기용한 조직이다. MBC의 자유로운 사풍(社風)을 사랑하고 효율을 강조하는 조직 논리도 내 적성에 제격이다. 그동안 돌봐주신 분들에게는 죄송하다. 내가 일 욕심이 많은 탓에 시청자들을 실망시켰다면 할말없다.”

백씨는 87년 입사 후 88년부터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의 앵커를 하다 로이터통신 장학금으로 영국연수를 하고 97년 귀국 뒤 아침뉴스 ‘굿모닝 코리아’의 ‘안방마님’으로 자리잡았다.

―언제부터 MBC를 떠날 생각을 했나.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네차례에 걸쳐 웃분들에게 “신변에 변화가 생기니 대타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했었다. 하지만 최근 신임사장도 오신데다 회사가 정신없이 돌아가서 이제야 사표를 냈다.”

―MBC가 순순히 백지연을 포기할 것 같나.

“(웃음)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알아줄 것으로 본다. 오늘(11일) 벌써 타방송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MBC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다.”

―최근 한양대 신방과에서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는데 공부를 계속 할 생각인가.

“물론이다. 모교인 연세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밟을 생각이다. 앞으로 프로 방송인이 되려면 전문적인 지식은 필수라고 본다.”

보기보다 속시원한 성격의 백지연은 술술 이야기를 풀면서도 ‘MBC에 섭섭한 것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예의가 아니라며 대답을 피했다. 98년말 이혼한 백씨는 두살짜리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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