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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8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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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안 모자라니? 1만엔이라도 부쳐줄까?”
“그만둬. 2만엔이면 몰라도….”
올해 연봉 7천6백만원 받는 형이 1천7백만원 받는 동생에게 ‘선심’을 쓰려는데 동생이 ‘투정’을 부린 것이다. 정수성은 ‘정수근의 동생’으로 불리는 게 싫다. 형과 건국중 덕수상고를 함께 다닐 때도 늘 그는 형보다 뒤졌다. 그래서 형이 미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깨달았다. 그에게 형은 늘 편안히 기댈 수 있는 ‘아름드리 나무’라는 것을.
일화 하나. 정수근이 95년 두산에 입단한 뒤 남보다 용품을 두배는 더 가져갔다. 두산 직원들은 처음엔 정수근이 슬라이딩을 많이 해 유니폼과 스파이크가 더 빨리 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정수근이 집에 스파이크나 손목보호대를 가져다 놓으면 동생 수성이 슬쩍했기 때문. 그래도 형은 늘 모른척해줬다.
“서로 다른 팀에 있어 만날 기회는 적지만 그래도 형은 틈만 나면 도루 요령이나 타격법 등을 조언해주죠. 같은 외야수에 발도 빨라 배울 점이 많거든요.”
정수성의 올해 목표는 1군 진입. 선수층이 두꺼운 현대에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수근의 동생’으로 남기에는 젊음이 아깝기 때문이다.
7일 밤 정수성은 다시 전화기를 들고 “형 2만엔 주면 안돼?”라고 ‘응석’을 부렸다. 사랑은 역시 ‘내리사랑’인가 보다.
〈고베〓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