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USA 2]부시 리더십 시험대

입력 2001-09-13 18:31수정 2009-09-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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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 테러현장 찾은 부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대통령의 길을 걷느냐, 아니면 지미 카터 전대통령의 신세가 되느냐.’

11일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과 워싱턴을 강타한 초대형 테러사건으로 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리더십이 미국민과 역사의 시험대에 올랐다. 그가 초유의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한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을 것인지, 또는 상처받은 미국의 위상과 자존심을 끝내 되살리지 못한 실패한 지도자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인지가 이번 사건 처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루스벨트 전대통령은 1941년 일본의 예상치 못한 진주만 공습에 결연한 의지와 신념으로 맞서 미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 중 한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다. 반면 카터 전대통령은 79년 이란에서 발생한 미국인 인질사태를 신속히 해결하지 못해 허약한 지도자라는 세평에 시달리다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대통령 역사를 연구하는 뉴올리언스대학의 더글러스 브린클리 교수는 12일 “이번 사태가 부시 대통령의 임기 중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앞으로 며칠이 그가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 ①슈퍼파워 자존심 휘청
- ②부시 리더십 시험대
- ③‘新테러’ 21세기 화두로

부시 대통령이 직면한 도전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경험하지 못했던 심각한 것이다. 루스벨트 전대통령이 일본이라는 분명한 적과 전쟁 선포라는 해결책을 갖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부시 대통령은 아직은 실체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은 테러범을 찾아 응징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에 대한 그의 초기 대응은 썩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오전 플로리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육개혁에 관해 연설하던 중 테러에 관해 보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워싱턴으로 돌아오지 않고 루이지애나주의 박스데일 공군기지로 이동해 테러리스트들을 응징하겠다는 짧은 성명을 발표한 뒤 다시 네브래스카주 전략공군사령부 기지를 거쳐 저녁 7시경 백악관으로 돌아와 2차 성명을 냈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국방부(펜타곤)가 불타고, 수많은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는 아비규환이 벌어졌는데도 대통령은 안전한 장소를 찾아 전전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만했다.

윌리엄 베네트 전 교육부장관은 “대통령이 도망다니는 것 같은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가 가장 중요한 시설을 방어할 수 없는 것처럼 비쳐진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12일 부시 대통령이 신속히 귀환하지 못했던 것은 테러리스트들이 백악관과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공격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이번 테러를 전쟁 행위로 규정하는 성명을 다시 발표하고 펜타곤을 방문해 구조 및 진화작업 관계자 등을 격려한 것도 이 같은 비판을 염두에 둔 제스처로 보인다.

미국인들은 위기가 닥치면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전통이 있다. 테러 발생 후 정치인들은 물론 미국민 사이에서 애국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통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부시 대통령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테러 대참사는 경제가 침체 양상을 보이는 어려운 시점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에게 내려질 평가는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극단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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