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장님은 높임말」 국어사전 풀이 잘못

  • 입력 1999년 3월 7일 20시 30분


한글학회에서 출간한 ‘우리말 큰 사전’을 비롯해 권위 있는 국어대사전에 실린 ‘장님’의 낱말 풀이가 잘못돼 있다. 국어사전마다 한결같이 ‘장님’을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사람을 높여 일컫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예사말로는 소경 맹인 등이 있다는 설명을 곁들인다. 시각장애인이라는 낱말은 아예 없는 사전이 많다.

국어사전의 뜻이 맞다면 공공 장소에서 “시각장애인들은 앞자리에 앉으십시오”라고 하기보다 “장님들은 앞자리에 앉으십시오”라고 표현해야 더 적합하다.

‘님’이라는 접미사가 붙으면 다 높여 일컫는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두 방송사가 뉴스 프로와 시사 프로에서 시각장애인을 ‘장님’이라고 표현해 사과방송을 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70년만에 옥스퍼드 사전 개정판이 나왔다. 절뚝발이라는 ‘Crippled’와 정신지체인을 가리키는 ‘Mentally―handicaped’ 라는 낱말이 올바른 표현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애인(Disabled)과 학습장애(Learning difficulty)로 바꾸었다.

국어사전은 그 나라 국민이 사용하는 언어의 표준을 보여준다. 또 장애인에 대한 표현은 그 사회의 인식 수준과 장애인복지의 수준을 말해준다.

올해 말쯤 국어연구원은 ‘표준 국어대사전’을 완성할 계획이다. 과연 그 사전에는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사람을 뭐라고 표현할지 궁금하다.

임경억(한국맹인복지협회 정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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