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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17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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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어른들을 찾아 뵙는 것이 도리인줄 알지만 친정집 사정이 여의치 못해 근처에 살며 두집 살림을 하다보니 자리를 비울 수가 없습니다.
친정 어머님이 돌아가신 뒤 큰오빠도 여건이 여의치않아 제 손으로 키운 젖먹이 조카가 벌써 중학교 3학년이 됐습니다. 칠순이 넘으신 아버님, 오빠 셋, 조카까지 다섯 식구 모두 제손이 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제사 준비도 제가 해야 했습니다.
명절 때마다 형님만 고생하게 해 죄송스러운데 올해도 또 수고를 끼쳤습니다. 제 형편이 좀 나아지면 다음엔 제가 형님 몫까지 다하겠다는 말로 형님의 너그러운 이해를 구합니다.
어머님, 저희 두 사람 지금은 비록 넉넉지는 않게 살지만 정말 열심히 생활해 잘 살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부족한 것이 많은데도 늘 아무 말씀없이 이해해주시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친정집 드나들며 두집 살림한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그이를 이만큼 키워주신 은혜 꼭 보답하겠습니다. 다음에 찾아뵙겠다는 염치없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헤아려 주십시오.
아버님 어머님,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십시오. 두분이 저희를 사랑하시는 만큼 저희도 두분을 사랑합니다.
권봉연(서울 금천구 독산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