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직동팀 왜 안없애나

  • 입력 1999년 2월 9일 19시 26분


청와대 하명사건을 직접 수사하며 ‘정권안보’에 봉사해온 ‘사직동팀’이 지금도 활동중이라는 사실이 본보 보도로 밝혀졌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앞세우는 ‘국민의 정부’ 아래서도 과거정권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것이 의아스럽다. 사직동팀은 과거 정치적 반대자나 고위 공직자 등의 비위사실을 들춰내는 데 주력해온 청와대 직속 경찰수사팀이다. 현정부가 무엇 때문에 이 팀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사직동팀은 직제상 경찰청의 형사국 밑에 있는 조사과 조직을 말한다. 이 팀이 직제와 달리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직접 지휘를 받아 수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탈법이다. 그런 불법적 조직이 현정부 들어 오히려 조직을 더욱 확대한 점도 이해할 수 없다. 조사과 조직은 경찰청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것이 경찰법 등의 취지에 맞다. 현정부 하에서도 사직동팀이 대통령 하명사항과 고위공직자 등의 비리혐의에 대해 내사를 벌인 뒤 검찰에 넘긴 사실이 본보 취재로 확인되기도 했다. 사직동팀이 사실상 검찰의 상위기관 역할을 한 셈이다.

사직동팀은 과거정권 하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청와대가 직접 수사팀을 장악함으로써 청와대 의도대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왜곡의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사직동팀의 내사자료를 넘겨받아 수사할 경우 현실적으로 청와대 눈치를 살피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결국 검경의 정치적 중립성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청와대가 사직동팀을 통해 권력을 남용할 경우 통제장치가 없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사직동팀은 은밀하게 활동한다. 계좌추적만 해도 법원의 영장 없이 불법으로 실시할 경우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국회나 감사원의 정식감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고 한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수사팀인 셈이다. 수사과정과 결과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되기 어렵다.

사직동팀이 과거정권 하에서 야당 대통령후보 등의 친인척 은행계좌까지 마구 추적함으로써 위험성이 드러났듯이 야당과 반정부인사 등이 인권을 침해당할 소지도 있다. 정치적 탄압과 보복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청와대가 직접 수사지휘를 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사직동팀이 계속 정치적 쟁점이 된다면 정부로서도 유익할 것이 없다. 경찰 지휘라인으로 복귀시키거나 해체하는 것이 옳다. 최근 검찰파동의 가장 큰 원인이 정치적 중립 문제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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