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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4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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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12월6일 이탈리아를 개혁하는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운동을 이끌어가던 안토니오 피에트로검사(44)가 사임하자 스칼파로대통령은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피에트로 사임소식이 전해지자 TV는 정규방송을 멈추고 시민들이 반기(半旗)를 내걸거나 피에트로의 사무실과 집에 장미다발을 보내며 “떠나지 말라”고 외치는 모습을 방영했다.
한 신문은 1면을 검은 띠로 두르고 ‘정의의 장례식’이라는 제목 아래 “보안관이 총을 놓으면 이제 소도둑(정상배)들이 파티를 벌일 것”이라고 썼다.
빈농 출신의 경찰관으로 주경야독 끝에 31세에야 법조계에 들어선 그가 이처럼 ‘국민 검사’가 된 것은 ‘생명을 걸고라도 정의만 추구하며 엄정한 수사를 한다’는 ‘검사의 기본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92년 2월 5천달러의 뇌물을 받은 밀라노시의 한 관리를 체포한 것을 계기로 이탈리아의 정재계 유착을 파고들어갔다. 시간이 가면서 수사는 이탈리아를 개혁하는 국가적 반부패캠페인으로 번졌다. 전총리와 집권당당수 를 구속하는 등 3천여명을 수사했고 1천여명이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정계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지각변동이 뒤따랐다.
그는 자신에 대한 모략과 훼방이 계속되자 조용히 사표를 던지고 후배에게 뒷일을 맡겼다.
작년말 우리 검찰이 채택한 ‘검사윤리규정’에는 “검사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발해야 하며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은 아예 맡지 말아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자유당정권 때 이승만대통령의 압력에 끝까지 저항하며 일찍이 이런 규정을 실천한 최대교(崔大敎)검사 같은 ‘한국의 피에트로’가 그립다.
김기만<국제부차장>key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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