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성정자/『장애아 스키캠프 고마워요』

  • 입력 1999년 2월 2일 19시 28분


제 아들은 정신지체 장애인입니다. 16세나 된 고교2학년 학생이지만 어린 아이나 마찬가지죠.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주위에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 일쑤이고 수형이도 그런 시선을 아는지 점차 말이 없어지고 매사에 소극적이어서 안타까웠습니다.

방학이 돼도 사회경험을 할 기회가 적어 고심했는데 올 겨울에는 소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얼마전 수형이가 다니는 한국경진학교 학생 17명이 현대성우리조트 초청으로 3박4일간 스키캠프에 다녀왔습니다. 수형이는 떠나기 며칠 전부터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놓고 손꼽아 기다리더니 캠프에 다녀온 뒤로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엄마, 나 스키 탔어.” 집안에 들어서자 마자 수형이가 외친 이 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처음엔 무척 무서웠는데 막상 스키를 타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는군요. 넘어지고 구르면서도 즐거웠다고 합니다. 또 스키교사들이 1대1로 친절하게 가르쳐 주느라 고생이 많았답니다. 눈썰매를 타는 데도 2년이나 걸렸는데 스키를 배우는 게 쉽겠습니까. 겨우 걸음마 정도 배웠을 텐데도 사람들만 만나면 스키 탄 자랑에 여념이 없습니다.

엄마의 눈에는 수형이가 금메달을 딴 스키선수 보다 더 대견하게 보입니다. 그동안 아들의 장애가 가슴 아파 품안에서 떼어놓지 못했던 저에게도 큰 위안이 됐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열린 세상을 고대하며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준 현대성우리조트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성정자(경기 고양시 일산구 화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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