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투자일기]김석규/고독 이기면 성공 보인다

  • 입력 1999년 2월 2일 19시 28분


종합주가지수가 300선대에서 헤매고 있던 작년 여름에는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로서 아주 괴로웠다. 연이은 기업부도와 파업 소식,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그리고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투자판단을 내리느라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일생에 몇번 안되는 절호의 투자기회의 한가운데 있었다. 당시 많은 투자분석가들은 한국경제나 주식시장이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주장했다.

나는 그때 주가가 바닥수준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많은 기업의 주식이 자산가치나 수익가치와 비교할 때 헐값에 거래됐다. 그렇지만 나도 전문가들의 비관론에 대항할 논리가 많지 않았다.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매하면서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존한다. 사실상 그것은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합리화하는 논리를 개발하는데 익숙해 있을 뿐 그 반대편을 지적하지는 않는다.

작년 여름에 투자자들이 역행(逆行)주의를 택했다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역행주의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물론 그것은 참기 힘든 고독한 결정을 뜻하고 그만큼 행동으로 옮기기도 힘들다.

주식투자란 남들과 같이 행동해서는 지속적으로 좋은 수익을 올리기 힘든 게임이다. 현재 시장흐름에 연연하기보다는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혼자만의 결정을 내리는 역행주의자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동시에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주식을 바닥수준에서 샀더라도 주가가 상승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참지 못하거나 10%의 수익에 만족하고 주식을 팔고만다면 역행주의자가 되는 의의가 없다.

김석규<한국투신 주식운용팀장>

▼ 약력

△60년 출생 △서울대 및 동대학원 졸업 △미국 오레곤주립대학 MBA △최근 6개월 스폿펀드 18개 조기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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