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종대/법조계 거듭나려면

  • 입력 1999년 2월 1일 19시 29분


검찰의 수사결과발표는 사법처리가 아니고 내부적 인사조치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검사장급을 포함한 검사 6명에 대한 사표수리와 폭탄발언을 한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 등 검사2명에 대한 징계위원회회부로 관련검사들에 대한 처리를 매듭지었고 문제의 변호사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판사 5명도 대법원에 통보하는 수준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 개인비리로 간주말자 ▼

결국 이번에도 사안의 차이가 있겠지만 외형적으로는 당사자들과 하위직에 있는 사람들만이 구속 내지 불구속 기소로 끝나는 꼴이다.

이같은 처리로 과연 검찰의 구조적 병폐가 검찰총장의 “뼈를 깎는 각오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대국민사과로 치유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사과는 우리 귀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우선 검찰에서 이종기(李宗基)변호사의 개인비리로 사건의 초점을 맞추고 그를 희생양으로 삼아 이번 사건과 무관한 법조인들의 면죄부용으로 삼으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기소내용이 그런 혐의를 짙게 하기 때문이다. 다른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깨끗한데 못난 변호사 한 사람과 직원들이 물을 흐려놓았다는 투다. 이렇게 되면 사건의 본질이 흐려진다.

이번 사건은 전체법조인의 문제이지 개인차원의 문제로 보아서는 진정한 사건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변호사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고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그 토양은 결국 법조계 전체가 제공하였고 이에 대한 법조인들이 도덕적 책임 이상으로 책임을 공유하지 않는 한 근본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고위직인 검사장급을 앞세워 현직 검사 몇 사람의 옷을 벗기는 것은 문제를 미봉하는 것에 불과하다.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과 병행하여 법조인들의 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각을 바꾸지 않고서는 다시 태어날 수 없다.

뼈를 깎는 아픔은 바로 법조인이라는 직업을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오히려 수도자와 같은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갖다 보니 탈법적인 방법까지도 자기능력의 잣대가 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법조계 전체의 집단이기주의 내지 보수적 폐쇄성이 이러한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법조계는 탁월한 협상력으로 번번이 개혁의 높은 파고를 용케 피해왔다.

이번 정권에서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어서 변호사법개정저지와 사법시험정원동결 등이 그 대표적 예에 속한다. 이것은 개방적 자세로 구성원들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겠다는 진취적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자기의 권익을 독점적으로 지키고 누리겠다는, 농경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생각을 국제화 정보화시대에 고수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고위직에 대한 사표 내지 내부 징계로 위기를 모면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검사장 몇 사람의 옷을 벗기는 것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는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은 정치권에 좌지우지되는 검찰권을 믿지 않는다. 왜 큰 사건일수록 범죄행위만 보고 수사를 하지 못하고 정치권의 재가를 받아서 수사를 개시하고 종결하며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국민이 이해 할 수 있겠는가. 검찰권이 중립성,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독립성 확보책 마련을 ▼

정부조직법상 검찰이 법무부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검찰권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여당의 의사와 무관하게 행사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은 물론 사법부, 법조계가 국민이 납득할수 있을 정도의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자성과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깊어져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배종대<고려대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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