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 질문에 그 답변

동아일보 입력 1999-01-28 19:22수정 2009-09-2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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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가 계속 실망스럽다. 이제 겨우 첫번째 의제인 외환위기 부문을 다뤘을 뿐인데 벌써 청문회 무용론이 나올 정도다.

고성과 질타로 이어지는 청문회를 보고 있노라면 신문하는 특위위원이나 답변하는 증인 모두 방향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 질문에 그 답변만 계속되는 이런 청문회를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가.

우선 청문회의 성과가 기대 이하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관심을 모았던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경제수석비서관 그리고 이경식 당시 한은총재 등의 증언을 통해 “환란을 일찍 감지하지 못했고 제때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원칙적 책임에 대한 시인은 받아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어떻게 잘못됐는지에 대해서는 새로 밝혀진 내용이 거의 없다. 오히려 특위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과 증인들 사이에 현격한 시각차이만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특위위원들의 질문수준이나 방법에도 문제가 많다. 당시 상황의 한 단면만 보고 추궁을 하다가 경제식견이 우월한 증인들로부터 논리적 공박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위원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택했을 경우 더 큰 재앙을 불렀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올 만큼 저수준의 지적도 있었다. 신문을 하면서 “다 알고 있다” “거짓말 말라” “답변 필요없다” “자료보고 얘기하지 말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위원들의 말투는 이제 식상했다.

그렇게 잘 알고 답변이 필요없으면 신문은 무엇 때문에 하는가. 자신의 주장에 합치되는 답변만 강요하는 모습이나 인신공격성 신문으로 증인을 몰아세우는 것도 보기에 편치 않다. 시간제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 제도를 바꾸어서라도 제대로 했어야 옳다.

청문회는 말 그대로 특정 사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나 제삼자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이다. 일부 위원들이 증인의 말을 듣기 보다 TV카메라를 의식해 정치연설을 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유감이다.

이번 청문회의 목적은 환란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할 대책을 찾아내자는 데 있다. 청문회 운용이 얼마나 합목적적이었는지 의문이다. 책임소재만 따지다가 시간만 낭비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채점해 볼 일이다.

증인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증인들은 당시 경제정책을 관장하던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로 다시는 그같은 과오가 재발되지 않도록 원인규명에 좀 더 협조적이라야 했다.

위원들의 신문이 다소 자극적이라 해도 속죄하는 심경으로 겸손한 자세를 앞세워야 했다. 청문회가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무슨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위위원들이나 증인들 모두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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