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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25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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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검사는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다스리는 재판에 관여하므로 절대로 사도(邪道)를 걸어서는 안된다. 변호사는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고귀한 사명을 갖고 있고, 이들은 인간을 재판하므로 신(神)을 대신해서 공정 무사해야 한다.
▼법조인 사욕 없어야 ▼
법은 신의 정신이요, 국민의 최대 행복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조인은 사욕을 없애고 맑은 양심에 따라서만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법조계가 부패하면 그 나라는 멸망한다. 그래서 온 세계 사람들은 법의 지배(Rule Of Law)를 외치는 것이다. 법대로 하지 않으면 법의 지배가 아니라 사람이 지배하는 것이며 사람이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법이 없고 정의가 없는 나라가 된다. 사람이 지배한다는 말은 법이 무시되고 있다는 뜻이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판 검사의 전관예우라니, 법을 굽혀서 변호사의 돈벌이에 이용하게 하다니, 이는 법치국가가 아님을 뜻하는 것이다. 내가 변호사로서 법조계의 개방과 개선을 위하여 1966년에 국제법률문제연구원을 설치하고 판 검사를 외국에 유학 또는 시찰을 시켜 오늘에 이른 것은 법조계 인사들이 선진국의 법제도를 보고 청렴 공정한 법조계를 만들게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런데 오늘에와서도 판 검사가 변호사와 상통해서 재판의 공정성을 파괴한다면 이는 실로 이만저만한 죄가 아니다.
판 검사가 고귀한 위신을 지키기 위해선 변호사와 사적으로 면담하거나 식사를 같이 해서도 안된다. 판사의 위신을 높이기 위해서 봉급을 월등히 올리고 나이도 40세 또는 50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 선진외국의 경우처럼 변호사 중에서 훌륭한 인물을 법관으로 임명 또는 선출해야 한다. 변호사로서 성공한 사람은 나이가 40세가 넘고 재산에 여유도 있어서 돈의 유혹을 받지 않는다.
내가 일본의 판사에게 물어 보았다. 동료 판사가 변호사가 되어서 사건을 갖고 오면 “잘 봐주느냐”고. 그는 대답하기를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없고 그런 부탁을 할 수도 없다”고 했다. 법대로 하는데 잘 봐 달라는 게 무엇이냐는 얘기였다. 그래서 판사가 처음에 변호사가 되면 사건이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당연하고 당당한 법관의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판사가 그만두고 변호사를 개업할 때는 먼저 나간 사람과 간격을 두어서, 적어도 1년 또는 6개월의 차이를 두어서 사직하는 것이 상례인데 근래에 와서는 일시에 많은 법관이 사직하는 듯하다. 법관의 처우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인듯 하지만 결국 변호사 개업과 관련하여 사건수임 경쟁이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재판은 법조문만 달달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법의 판결이 타당하자면 사회의 진상과 사회 현상을 꿰뚫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외국에서는 법과대학을 졸업하면 7, 8할은 변호사 자격을 얻는다. 법대는 변호사 양성 기관이므로 졸업자가 대부분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당연하다. 외국에서의 ‘Bar Exam’이란 자격시험이지 채용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변호사 판 검사들이 기득권을 누리고자 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다.
▼기득권 누리면 안돼 ▼
신문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몇개의 선진국을 제외하고 법관의 청렴도가 제일 높은 곳은 싱가포르이며 한국의 사법부는 31번째로서 아시아에서도 뒤떨어진 나라중 하나다. 나라 전체의 부패도도 한국이 31번째라 한다.이런사법부라면국민의 신임을 못받는 것은 물론이요,국민의권리가비참하게 유린되고 그야말로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말이 맞게 된다.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공복인 판 검사가 공복임을 잊어버리고 국민의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 정신이 부패하고 정의롭지 못한 법조인이 있다면 이는 나라의 발전을 막는 것이며 국민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법조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병호<변호사·아태변호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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