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김유정/이집트 「보통사람들」의 내세관

  • 입력 1999년 1월 6일 19시 41분


이집트에 살다 보면 가끔 이집트인들의 내세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내세가 무엇이길래 이들은 현세에서의 웬만한 불만은 묵묵히 삼키고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내세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4천년전에 인류 역사상 불가사의중 하나로 꼽히는 피라미드를 만든 것도, 이집트 남부 룩소르에 산재한 무덤들속의 벽화에서 나타내려고 했던 것도 모두 내세관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같은 고대 이집트인의 내세관은 현대인의 삶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문지기는 60세 남짓한 노인이다. 그는 결혼하여 자녀들도 있지만 평생을 문지기로서 살아 왔다.

그런데 그는 남보다 잘 살려는 욕심이 별로 없어 보인다. 수입이라곤 아파트 주민들이 세차비조로 주는 약간의 팁이 전부다. 숙식은 아파트 건물 외곽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해결한다. 그러니 생활이 풍족할 수 없다. 인간이기에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이 당연할텐데 그는 지금의 생활에 큰 불만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현세의 짧은 삶을 조용히 보내고 대신 더 긴 내세의 삶을 기다리는 것 같다.

인구 6천만명이 넘는 이집트의 빈부차는 큰 편이다. 그러나 다수의 서민들로부터 내가 받은 인상은 잘 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현세의 삶을 큰 불평불만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루하루를 여유없이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을 돌아보면 때로 그들의 삶의 자세가 부럽기도 하다.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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