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파이어니어 2]서울대 물리학과 임지순 교수

입력 1999-01-05 19:11수정 2009-09-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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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꿈의 반도체’로 불리는 탄소반도체 이론을 발표, 전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서울대 임지순(任志淳·46·물리학과)교수.

‘노벨상’을 향한 한국인들의 염원을 풀어줄 선두주자로 그를 꼽는데 주저하는 이는 별로 없다. 어둡기만 했던 우리의 기초과학 분야에 한줄기 빛을 던져준 그는 21세기 우리나라 과학계를 이끌어 갈 ‘파이어니어’임에 분명하다.

그가 연구실로 사용하고 있는 5평 남짓한 서울대 물리학과 226호실.

책상위에 어지럽게 놓여 있는 책들과 뜻모를 공식으로 가득찬 칠판 속에서 그의 땀냄새와 고민의 흔적이 배어난다.

작지만 날카로운 눈빛, 수줍게 번지는 입가의 미소, 이마를 가로지르는 주름살을 보며 불혹(不惑)을 훌쩍 넘긴 그의 삶을 따라가 본다. 또 그 속에서 탄소반도체 이론의 탄생배경과 ‘21세기 과학 한국’의 미래를 찾아본다.

[탄소반도체의 탄생]

97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대학의 한 물리학 연구실에서는 환호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임교수에게 박사학위를 준 스승 마빈 코헨교수, 선배인 스티븐 루이교수와 함께 시작한 ‘탄소반도체’ 연구가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던 1년여의 시간. 그러나 그뒤에는 ‘반도체 혁명’이라는 개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실패와 함께 한숨도 거듭됐지만 한가지 목표만을 떠올리며 연구에 매달려온 이들에게 하늘은 ‘도체인 탄소나노튜브를 여러 다발로 포개놓을 때 반도체의 성질을 갖는다’는 획기적인 이론을 선사했다.

“낮과 밤 계속되는 토론과 연구로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거듭되는 실패속에서도 단 한올의 성공을 고대했고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깨닫게 될 때마다 북받치는 희열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이 연구결과로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직접도가 1만배 이상 높은 초고집적 반도체 소자의 탄생 가능성을 열어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에앞서 그는버클리대 박사학위 논문으로물리학계거목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기도했다. 그의 논문은 지금까지 고체물리학분야의 ‘업적’으로 꼽힐 정도. 당시그는 전자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고체의전자 구조를 양자역학을 이용해 컴퓨터로계산하는이론을 내놓아 세계적으로 7백회 이상 논문에 인용되기도 했다.

[노벨상수상 가능성]

임교수는 자신의 노벨상 수상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수줍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노벨상은 기초과학분야에 혁명적인 이론을 발표한 과학자에게 주는 상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해왔기 때문에 수상을 기대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노벨상 수상은 정부와 기업의 꾸준한 기초과학 분야 투자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임교수는 우리나라가 21세기에 세계과학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정보통신 등 극히 일부 분야에서 응용과학기술이 앞서고 있지만 이들 분야 역시 탄탄한 기초과학의 뒷받침 없이는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가하다는 것. 그는 특히 IMF사태 이후 다시 무너지고 있는 기초과학분야의 현주소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21세기 전망]

임교수가 예상하는 21세기 ‘과학기상도’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미래 과학이 인간의 궁극적 목표인 휴머니즘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거센 과학의 역풍이 인류전체를 사지(死地)로 내몰아 영속(永續)을 위협해온 ‘20세기 과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새시대 과학의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는 것.

[프로필]

임교수는 70년 대학입학 예비고사 전국 수석을 차지했고 이어 서울대에 수석입학한 수재.

그러나 그는 학생운동에 적극 가담했고 사회운동에도 빠지지 않았다. 경기고 재학 시절에는 3선개헌 반대시위를 준비하다 적발돼 정학을 당했을 정도로 사회현실에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이후 물질의 본질을 좇는 물리학의 세계로 빠져든 그는 박사가 된 뒤 매사추세츠공대(MIT), 세계 최초로 반도체를 만든 미국 벨연구소 등에서 연구생활을 하다 86년 귀국해 모교인 서울대 강단에 섰다.

현재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서 반도체와 표면물리를 연구하는 서울대 이론물리센터(CTP) 고체물리 이론실장으로 재직중. 51년 서울 출생. 2남3녀중 차남.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경기중 경기고 졸. 부인 박종경(朴鍾京·43)씨와의 사이에 아들 정빈(正彬·15), 딸 소영(昭英·14)를 두고 있다.

△혈액형―B형 △키―1백68㎝ △몸무게―65㎏ △존경하는 인물―세종대왕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취미―등산 테니스 △좌우명―초심(初心)을 잃지 말자 △애창곡―아침이슬, 그리운 금강산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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