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더타임스]이라크공습 이후 英외교 방향

  • 입력 1998년 12월 22일 19시 40분


이라크에 대한 공습이 끝났으나 로빈 쿡 영국 외무장관은 더 큰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바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고립시키기 위한 새로운 외교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성과를 얻었을지 몰라도 영국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측면에서 손실을 입었다. 우선 러시아가 주영대사를 소환했다. 이슬람권에서도 들고 일어났으며 유럽의 동맹국 사이에서도 공습과 관련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일은 예상됐던 것이다. 영국은 이번 공습을 각국이, 심지어 걸프지역 국가들조차도 지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리에 뛰쳐나온 반대자들만 보면 영국이 외톨이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걸프국가들은 내심으로는 지역안보를 위협하는 후세인을 저지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환영했을 것이다.

러시아가 분노한 것은 유엔 안보리에서 자국의 반대의사가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며 비록 대사를 소환하기는 했지만 양국의 관계가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유엔은 벌써부터 무기사찰단장인 리처드 버틀러를 해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후세인은 버틀러가 빠질 경우 무기사찰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으나 이는 무조건적인 사찰수용이라는 영국과 미국의 요구에 배치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적 주도권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쿡장관은 무력보다는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새로운 국면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정리〓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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