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과 수출

  • 입력 1998년 12월 22일 18시 57분


원화의 대(對)달러 환율이 21일 장중 한때 1천1백86원까지 떨어졌다가 1천1백93원으로 마감됐다. 초조해진 정부가 환율의 추가하락 방지에 나서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율은 22일 다시 1천2백원대로 올라섰다. 원화가치의 지나친 상승을 막겠다는 정부의지를 감안하면 연말까진 이같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내년 들어 원화가치가 지금처럼 계속 절상압력을 받게 되면 거시경제 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무엇보다 수출이 걱정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수출업계는 환율이 1천3백원선은 유지해 주어야 채산을 맞출 수 있다며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도 직접개입은 자제하지만 환율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내년도 거시경제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경제의 기본체력에 걸맞지 않은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득(得)보다 실(失)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정부의 외환시장 직접개입은 최대한 자제되어야 한다. 자율변동환율제를 채택해놓고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 들면 시장기능 자체가 왜곡되고 안정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이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은 다른 어떤 부수적인 효과로도 상쇄할 수 없다. 물론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외채상환부담 경감과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환율수준 그 자체가 아니라 하락의 속도와 폭이다. 원화가치가 시장기능에 따라 어느 정도 점진적으로 절상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최근의 환율하락은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는데다 1백25억달러에 이르는 거주자 외화예금도 달러 과잉공급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달러 공급우위상태는 무디스의 한국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이루어질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환율하락 요인을 제대로 분석, 외화수급조절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도 이미 환율의 추가하락 방지를 위한 갖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업공사가 달러를 사들여 시중은행의 부실외화채권을 매입토록 한 것이나 공기업과 은행들의 해외차입 대신 국내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도록 한다는 방침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고금리 차입금을 조기상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의 활로가 수출에 달려 있다고는 하지만 환율정잭을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출증대는 무역금융 확대 등 다각적인 수출전략과 기술 품질 디자인 마케팅 능력의 제고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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